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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 - 임종균 학우(관광영어과 2)

등록일 2015년12월04일 20시05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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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든지 가야 한다는 군대. 여자들이 싫어하는 남자들의 이야기 중 하나가 군대 이야기라지만, 군필자라면 꼭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군대 이야기이다. 나는 군대에서 겪은 무서운 경험담을 말하려 한다.


2012
9, 무더운 여름에서 선선한 가을로 넘어가려할 때 쯤 나는 모 부대의 사령부 소속으로 인천 서구에 위치한 어느 산속 진지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 해 4월에 입대하여 갓 일병을 달았을 때였다. 낮에는 아직 덥고, 저녁에는 쌀쌀해서 감기에 들기 쉬운 날씨의 연속이었던 그 시절. 나는 후임 근무자로 말년 병장과 함께 야간근무를 들어가게 되었다.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근무를 섰는데, 우리 부대는 조그마한 소대(20~30)규모의 진지여서 근무자가 실외 근무를 2명이서 번갈아 근무를 섰다. 나와 병장은 새벽2시에 근무에 투입하여 인수인계를 받고 이상 없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근무에 투입되고 얼마동안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다가 잠이 올 무렵이면 점점 말 수가 줄어들었다. 50분이 지나갈 때쯤 선임 근무자는 잠이 온다는 말과 함께 전화기 및 전투하는데 필요한 군 장비들이 비치되어 있는 좁은 컨테이너에 들어가서 잠을 자 버리기 시작했다. 사실 군인은 근무시간에는 잠을 자면 절대로 안 되고 근무태만은 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군인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하지만 말년 병장이었던 선임 근무자는 집에 갈 날만을 세면서 잠이 들어버렸다.


그렇게 나의 외로운 근무가 시작되었다
. 새벽이라 날씨가 쌀쌀해지고 한기가 들기 시작할 때쯤 근무지에서 약 30m 떨어진 위병소 근처(유류창고가 있는 곳)에서 이상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직근무 서시는 간부님이 순찰하러 오셨나?’ 하고 선임 근무자를 급하게 깨웠는데 몇 분이 지났는데도 간부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말년 병장은 짜증을 내면서 졸지 말고 똑바로 근무를 서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진지에는 부대를 경계하기 위해 강아지를 몇 마리 키우는데 이상하게 평상시에 잘 짖지 않는 강아지들이 일제히 짖기 시작했다. 발소리는 사라졌지만 정말 무서웠다. 갑자기 이등병 때 전입 온지 얼마 안 돼서 첫 근무를 들어갔을 때 어느 선임이 해준 우리 진지가 6·25 이후 공동묘지 위치에 세워져 귀신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그 순간까지도 귀신을 믿지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자꾸 무서워졌다. 그래서 선임 근무자에게 바람이 많이 불어 쌀쌀하다고 컨테이너에서 근무서도 되겠냐고 여쭤보고 같이 근무를 서다가 다음 근무자가 와서 근무교대하고 무사히 진지로 복귀하였다. 당직사관에게 근무복귀 신고를 드리고 생활관으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CCTV 감시 근무자가 한 마디 했다. “왜 계속 안에서 두 명 다 있었어. 당직 사관님이 보고 뭐라고 하셨잖아. 날씨가 추워서 계속 들어가 있었던 거야?”


나는 근무교대 하기
20분 정도 밖에 컨테이너 안에 있지 않았다. CCTV가 고화질은 아니지만 사람 형상의 실루엣은 보일 정도의 성능은 됐었다. 나는 순간 소름이 끼쳤고 얼른 생활관으로 돌아왔다. 그 후 잠에 제대로 들지 못했다. 날이 밝고 다른 선임 근무자와 주간근무를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 진지 근무자라면 그 발소리의 경험은 누구든지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귀신 잡는 해병대는 아니지만 우리는 귀신이랑 같이 근무 선다. 여기 묘지였던 거 알지?” 그리고 나는 근무를 설 때마다 그 날 밤의 발소리를 기억했다. 몇 주 전 영화 검은 사제들을 보았는데 정말로 우리 주위에는 우리가 안 보이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이 글을 적는 순간 내 옆에도......



임종균 학우(관광영어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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