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은 롯데월드타워 면세점과 SK워커힐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분들과 가족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하루였을 것이다. 설마 했지만 현실로 다가온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박탈은 그들에게 “가장의 안정된 직장” 폐쇄를 의미하는 것이었을 테니까.
관세청은 특허가 만료되는 시내면세점 서울 3곳 및 부산 1곳의 후속사업자와 충남 중소·중견 시내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을 위한 보세판매장특허심사위원회를 11월 13일~11월 14일 동안 열어 후속 사업자 및 신규 사업자를 선정했다. 선정결과에 따라 서울의 경우 SK네트웍스는 23년간 보유했던 워커힐 면세점 특허를 신세계 DF에, 호텔롯데는 월드타워점이 가지고 있던 특허를 두산에 각각 넘겨주게 됐다. 당연히 탈락한 측에서는 억울한 처지를 호소하고 있으며 신문지상에는 면세점 특허제도에 대한 신랄한 비판 일색의 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이번에 탈락한 롯데 잠실점(월드타워점)의 매출(2014년 4천 820억 원)은 서울 시내 면세점 가운데 세 번째로 많고 지난해 이전·확정 과정에서 3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까지 투자했는데 탈락되어 이 사례를 보고 어떤 면세사업자가 중장기 투자에 나서겠냐는 것이 주요골자이다. 한술 더 떠 5년 한시법을 철폐하지 않으면 동북아 면세 3국 전쟁에서 우리만 패배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시내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져 있다. 면세점은 외화획득이나 외국인 여행자의 편의를 위해 공항이나 시중에 설치한 비과세 상점을 의미한다. 정확한 단어는 보세품 판매점이다. 보세(保稅)란 거래단계에서 발생하는 세금(관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을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이는 국가의 과세권을 일부 포기하는 것이다. 과세권을 일부 포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금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획득하는 사회적 공익이 과세권의 포기로 인한 비용(세금)보다 크기에 하는 것이다. 면세점을 부여함으로써 국가는 외화획득을 달성하고 외국인들에게는 싸게 물건을 공급함으로써 국산품의 이미지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과연 어떨까? 2014년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7조 1천억 원으로 내국인 대상 판매액은 3조 4천억 원, 거의 절반이 외국 여행 때 비싼 화장품이나 가방 등을 평소보다 싸게 사는 방편으로 면세점을 이용하고 있다. 해외에서 사지 않고 국내에서 사니 외화유출은 안되니까 좋지 않으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고 싶은 물건이 국내산이 아니라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 신라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면세점은 입점 업체의 80%가 외국 유명브랜드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이것을 감안하면 국산품 홍보 목적,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아마 신혼 여행객들은 인천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 시내 면세점에서 구입한 명품백이 발각되어 관세를 물까봐 노심초사 해본 경험 혹시 있을지 모르겠다. 명품백은 내국인 면세한도인 600불을 가뿐히 넘길 테니까.
외국관광객이 우리나라에 오면 국산품을 거래세 없이 구입하는 방법은 일반가게에 가서는 불가능하다. 가능한 방법은 많지 않은 사후면세점 제도를 이용해서 공항 및 항만에서 세금 환불(Tax Refund)를 받거나 시내면세점 등 보세판매점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방법뿐이다. 정말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서라면 프랑스처럼 세금 환불을 받을 수 있는 가게를 충분히 늘려 웬만한 가게에서 물건을 사더라도 공항에서도 충분히 세금 환불를 받도록 하는 게 정말 정직한 것 아닐까? 지금의 면세점 제도는 원래 주목적인 외화획득 및 외국인 여행자의 편의가 아닌 내국인의 해외여행을 빙자한 해외명품 소비의 기회제공이라는 부차적 목표는 정말 충실히 달성하고 있는 듯하다. 더구나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7조 1천억 원인데 반해 정부가 얻게 되는 특허수수료는 6억 원도 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부가가치세 등 국가가 거래세를 포기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과도한 특혜를 일부 기업에 주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럼 이런 특혜를 준다면 그 허가 과정이라도 투명해야 하지 않을까? 관세청 및 특허심사위원회는 이번 선정 결과 이외의 추가설명은 생략했다. 어느 업체가 심사(채점) 결과 몇 점을 획득했고, 선정 업체와 비교해 어떠한 부분에서 열세에 있었는지 등 선정결과의 핵심적인 내용은 모두 보안사항이라는 것이다.
학교시험에서도 시험에 떨어지고 나면 어떤 문제가 잘못돼서 시험결과가 좋지 않으니 다음 기회에는 잘하라고 시험지를 보여주는데 총점도 보여주지 않고 등수가 나쁘니 탈락이라 하면 누가 억울한 마음을 가지지 않겠는가? 이번에도 소통의 문제인가? 도통 학생면담은 하지 않아 학생의 처지는 모르는 선생님이 시험 점수 나쁘니 5년 간 학교에 얼씬도 하지 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데 원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는 이런 면세점이 정말 필요하기나 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