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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이중성의 형태「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록일 2016년01월08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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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민음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을 읽기에 앞서, 밀란 쿤데라의 책은 작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밀란 쿤데라는 현대 소설가며, 철학 소설가이다. 그의 작품은 끊임없이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추구하라고 외치며 소크라테스처럼 배부른 돼지가 아닌 배고픈 사람이 되라며 강요한다. 그는 철학적이기도 하지만 무거운 주제를 농담으로 풀어낼 만큼 유쾌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공산주의의 시절 체코에서 발간을 금지당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다룬 소설을 발간하였지만, 책을 철학적 여담(餘談)으로 봐달라고 한다. 밀란 쿤데라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사람의 이성과 본능에 대한 이중적인 모습을 한 사랑에 관한 깨달음을 요구한다. 1988년 영화 프라하의 봄으로 제작되어 상영됐다.


내면적 가치관과 본능적 갈등의 충돌

가벼운 관계를 추구하는 바람둥이 외과의사인 토마스와 운명적인 사랑과 깊은 관계를 추구하는 테레자, 토마스만큼이나 가볍고 자신이 겪는 사회적 속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하는 사바나와 그녀를 사랑하는 프란츠까지 얼핏 본다면 사랑에 관한 지루한 성찰 정도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토마스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가벼운 관계에 집착하고, 그를 이해 못하는 테레자는 그에게 집착하게 되고 토마스가 온전히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원한다.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끝으로 갈수록 무거워지고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어 내려놓고 싶어진다.


당당하고 매력적이던 외과의사 토마스는 결국 테레자의 집착으로 인해 함께 시골마을로 내려가 트럭 운전사를 하며 의무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 모습을 보는 테레자는 자신이 그의 삶을 망친 버린 것 같아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온전하게 자신의 것이 되었다는 만족감에 몸서리치게 행복해 한다. 이중적인 그녀의 모습에 가벼운 관계를 추구하는 토마스에게도 무거움이 다가오지만, “Es muss sein(그래야만 한다)!”라 말하며 테레자의 사랑에 헌신하고 그녀의 품에서 안식처를 찾는다.


토마스의 바람 상대 중 하나였던 사바나는 그를 사랑하고 아끼지만 육체적 교감만을 나눈 채 서로를 소유하지 않고 살아간다. 둘은 서로에게 잘 맞는 상대였지만 토마스가 사랑하는 상대가 생기자 사바나는 떠나고, 자상한 프란츠를 만나 가벼운 관계를 지속한다. 그녀는 프란츠를 사랑하지만 그는 가벼운 자신과 다르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닫고 육체적 관계를 그만둬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무거움을 싫어하는 그녀는 무거움으로부터 도피하여 그를 남기고 다른 곳으로 떠난다. 사바나가 없어지고 그녀를 위해 모든 걸 버린 프란츠는 비로소 영혼의 자유를 느끼고 타지로 봉사활동을 떠나지만, 괴한에게 칼을 맞아 사망한다.


소설 속 사건을 훔쳐볼 때 떠오르는 감정들

이야기에 몰입할 무렵 작가는 우리의 감정에 끼어들어 말을 꺼낸다. ‘테라사는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에 영감받아서 만든거야라며 읽는 독자로 하여금 어쩌라고?’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흐름을 끊기도 한다. 그러나 이야기 속 작가의 생각의 난입은 우리에게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는 같은 사건에 대해서 각각의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서술하는데, 이는 작가가 의도한 모습들이 하나 둘씩 들춰지며 섬세하게 짜인 구도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다. 주인공들의 감정은 공감을 부르기도, 어느 순간 불편한 존재로도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가 갖고 있는 이중적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 아닌가 싶다.



이유니 기자 dldbsl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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