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필훈 교수(사진영상미디어과)
여행은 사람들에게 설렘을 주는 단어지만 바쁜 일상 생활속에서 시간을 내어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하기는 쉽지 않다. 가고 싶은 여행지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마음속으로 동경했던 장소일 것이며, 그 곳은 심신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휴식을 주거나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업무를 생각하다보면 편안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는 않지만 가족과 나를 위해 용기를 내서 장소와 일정을 잡고 집을 나서는 순간, 기분 좋은 상상이 절반 이상 완성된다고 생각하며 사진이 그 촉매제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
요즘 생산되는 스마트폰은 고성능 카메라가 탑재되어 예전의 똑딱이 카메라보다 훨씬 더 화질이 좋다.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고민하지 말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마음껏 찍어보았으면 하며, 내 눈에 보기 좋은 사진은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으려면 장비가 좋아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고급 장비로 촬영하는 것이 효과가 좋지만, 일상에서 즐기기 위한 사진이라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예전에 촬영여행을 갈 때 망원렌즈, 클로즈업렌즈, 광각렌즈, 플래시, 삼각대, 반사판 등 갖고 있는 장비 모두를 짊어지고 다녔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카메라 한 대와 보조렌즈 한 개만 들고 다닌다.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촬영 방법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낯선 곳에서 다양한 렌즈와 장비로 촬영하기가 어렵고 여행지에서 맘에 드는 사진 몇 장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탓도 있다.
사진을 찍으면 피사체는 카메라의 사각형 틀 안으로 주변과 단절되어 들어오게 되는데, 이것은 그 피사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풍경을 촬영했다면 그 풍경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고 인물을 촬영하였다면 그 인물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촬영하는 시간을 짧게, 길게 할 수도 있고, 일출이나 일몰 같은 색감 위주로 할 수도 있고, 밝고 어두운 명암에 의미 부여를 할 수도 있다.
어떻게 찍어야 할 것인가 고민스럽다면 걱정하지 말고, 다양하게 촬영을 시도해보길 바란다. 다양한 촬영이 너무 막연하다는 생각이 들면, 처음에는 화면의 사각형 틀에 수직선과 수평선이 똑바로 맞게 촬영하는 방법, 하늘을 많게 또는 땅을 많이 넣어서 촬영해 보는 것도 시도해 볼만 하다. 피사체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가서 촬영할 수도 있고, 위·아래에서 촬영할 수도 있고, 작은 물체를 크게 찍어봐도 괜찮다.
편안함을 추구하려고 떠난 여행지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자칫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기법 한두 개 정도만 연습해서 촬영하면 된다.
촬영한 사진은 스마트폰 바탕화면이나 업무용 컴퓨터의 ‘바탕화면 배경선택’으로 설정해서 기분에 따라 변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나는 여행을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여행을 가기 전에 카메라를 준비할 때 가장 설렌다. 여행을 가고 싶은 장소는 그곳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을 것이다. 이국적인 풍경이나 문화재 또는 멋진 자연환경이 있을 수 있고, 상징적인 건물이나 조형물 등 평소 자주 접하지 못하는 이색적인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테다. 이것을 몸으로 체험하며 내 시선과 기억의 연장으로 카메라를 이용해서 기록을 하기 위해 떠난다고 생각하면, 여행을 가기 전에 주저했던 여러 가지 걱정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를 더욱 설레게 하는 것은 여행지에 가면 항상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국적인 음식, 어촌의 포구에서 갓 잡은 신선한 생선, 뜨끈한 국물이나, 지글지글 굽는 숯불구이 등은 여행의 재미를 풍성하게 하는 요소로써의 역할을 할 것이다.
2016년은 원숭이의 해이며, 원숭이는 사람을 닮은 재주꾼이라서 섬세함과 지혜가 있다고 하는데, 올해는 여행과 사진을 지혜롭게 조합해서 휴식과 함께 사진 콘텐츠의 풍요로움을 갖고 활력이 넘치는 한해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