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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어 - 염여진 학우(사진영상미디어과 2)

등록일 2016년03월08일 14시4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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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출발이란 단어는 특별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출발은 처음으로 하는 무언가를 위한 마음가짐으로 느껴질 것이고 그에 따른 큰 다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출발이란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나는 초등학생 때에 운동선수였다. 그러니 웬만한 체력운동은 다 겪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훈련의 연속이었다. 훈련을 할 때면 나는 항상 하얀 출발선 앞에 섰다.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면 두 눈 질끈 감고 미친 듯이 뛰어 몇 초 안되는 정해진 시간 안에 들어와야 했다. 그것은 경쟁이었다. 동료들과의 경쟁, 시간과의 싸움.


그렇지만 가장 무서운 경쟁자이자 어려운 싸움 상대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선착순 경쟁을 할 때 동료들을 이기려면 나의 체력적 한계를 이겨내야 했고, 정해진 시간 안에 들어와야 할 때면 나의 정신적 한계를 넘어서야 했다. 나에게 출발이란 세상에서 가장 두렵고도 무서운 단어이다. 한 번만으로 끝나는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들어왔어도 두 번 세 번 계속 뛰어야만 했고, 한 친구를 앞질렀어도 그 앞 친구, 그 앞 앞 친구를 앞질렀어야 했다. 그 때 그 훈련을 생각만 해도 두렵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만 같다. 정말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트로피였다. 트로피는 우리의 땀과 눈물을 알아주었고, 트로피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좋은 지원을 받을 수가 있었다. 노력하는 만큼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초등학교 6학년 나이에 알게 됐다. 우리가 훈련하는 체육관은 여름이면 바깥 날씨보다 더 덥고 겨울이면 더 추운, 그리고 비가 내리면 지붕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곳이었다. 여름엔 더위로 혼이 쏙 빠지고 겨울엔 손이 얼어 공을 주고받으면서 손가락 사이가 찢어지고, 비가 오는 날엔 물을 받는 바가지를 피해가며 운동을 했다. 그때 우리는 알지 못했었다. 우리가 수많은 트로피를 껴안게 될지. 아주 열악한 곳에서 우리가 흘린 땀과 흘린 눈물의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이젠 알 것 같다. 사실 우리가 받았던 훈련은 누구나 겪는 인생의 일부였고, 트로피는 꿈이고 보상이었다는 것을. 나는 사실 아직도 출발이란 단어가 무섭다.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 단 한명을 이기지 못할까봐, 그리고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까봐. 그렇지만 뛰지 못하면 더 혼날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 후회스럽지 않게 뛰려고 한다. 출발점을 벗어나 나의 한계를 넘어 미친 듯이 뛸 것이다. 그러면 그토록 받고 싶었던 트로피를 손에 쥐게 될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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