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경희 교수(원예디자인과)
누구를 지칭해서 말할 때 아름다운, 예쁜, 사랑스러운 등과 같은 형용사를 많이 쓴다. 그 중에서도 ‘친절한’이란 왠지 따뜻하고 기분 좋은 말이다. 우리는 어디를 가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때 친절한 사람을 찾게 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들을 때 행복을 느낀다. 이러한 ‘친절한 꽃씨’가 우리에게 다가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면 항상 행복한 나날이 지속되지 않을까. 이제부터 나의 친절한 꽃씨 이야기를 해보겠다.
나에게 날아온 ‘친절한 꽃씨’는 다름 아닌 미국 유학 시절에 너무나도 힘든 실어증과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진로를 결정하게 해준 허리둘레 34인치의 꽃집 주인 아저씨였다. 나에게 꽃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말문을 열어준 진짜 꽃씨였다. 평소에 꽃을 좋아하고 꽃집을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던 내게 한 줄기의 빛과도 같았고,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 해야 성공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모든 것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살아도 보고 말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미래의 해답을 찾아 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때 ‘친절한 꽃씨’를 만나 플라워디자인을 공부하게 됐다. 모든 과목에 A학점을 받았으며 손재주가 좋다는 교수님의 칭찬도 들었고 꽃꽂이 대회를 나가 1등도 해봤다. 내 안에 숨어 있던 재능이 눈을 뜬 듯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자 진가를 발휘했는데 그것은 모두 ‘친절한 꽃씨’ 덕분이었다.
누구나 새로운 길에 발을 내딛을 때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선택한 전공이 자신과 잘 맞는지, 즐겁고 재미나게 수업을 하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전공을 마치면 좋은 곳에 취업을 할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걱정과 생각이 많을 수 있다. 그럴 때면 먼저 혼신을 다해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에 매달려야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가까운 곳부터 살펴보면서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하여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말고, 그 일이 일어나도록 그대로 내버려두어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조금의 여유가 필요하다.
요즘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며 여유를 찾을 시간조차도 없다. 무엇이 궁금하다든지 알고 싶은 것이 있다든지 할 때면 우리의 옆에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그래서 고독, 생각 같은 것은 어느새 멀게 느껴지는 단어가 됐다. 고독하다는 것은 좋다. 고독은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사실만으로 우리에게 멀어지는 단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독은 나를 성장하게 하고 ‘친절한 꽃씨’를 받아들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준다. 그러한 시간은 나를 다시 되돌아 볼 수 있게 하고 그것은 수천 배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렇게 대학의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로운 봄기운이 올 때 그 모든 좋은 기운을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따뜻한 마음은 밝고, 즐겁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때 생겨나며 그러한 마음에 여러분이 바라고 뜻하는 각자의 ‘친절한 꽃씨’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