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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너무 하시지 말입니다

등록일 2016년04월08일 16시46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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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아 기자
최근 지방의 모 대학에서 선배들의 지나친 군기 잡기에 지친 신입생이 자살기도를 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또한, 학과 내 전통이라는 이유로 신입생 환영회에서 후배들에게 막걸리를 퍼붓거나 어머니 뻘인 40대 신입생에게도 존댓말을 시키는 등 군기 잡는 선배에 대한 글도 인터넷 커뮤니티에 속속 올라왔다. 매년 입학 시기가 될 때마다 심심치 않게, 아니 넘치도록 들려오는 대학 군기 문화와 관련된 경험담과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이것을 진정 문화라고 칭할 수 있을까.

대학 군기 문화는 사실 그 말 자체로도 모순이다. 군대의 기강을 뜻하는 군기가 과연 대학에 필요할까. 군대의 기강을 왜 대학에서 세우고 있는지 의문이다. 갓 입학한 신입생들은 선배를 만난 것인지 교관을 모시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다. 단지 나이가 좀 더 많다고 해서, 먼저 입학했다고 해서 후배를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다. 모름지기 선배라면 후배들을 진실한 마음으로 환영해주어야 한다. 강요하고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먼저 경험한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며, 조언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다.

악순환 속의 대학 군기는 악습을 키워만 간다. 신입생 시절에 겪은 부당한 행위로 생긴 복수심을 선배가 됐을 때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전통은 사람이 만든다. 전통이란 이름 아래 행해지고 있는 그릇된 악습을 이어갈지, 올바른 전통을 만들어갈지는 스스로가 결정할 일이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낮춰 부르던 은어 꼰대는 어느새 군기 잡는 선배들을 일컫기도 한다. 자신의 행동이 꼰대 짓인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할 때이다.

우리는 권위의식에 빠져 대학의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 대학은 학문을 닦는 곳이다. 나아가 사람을 배우는 작은 사회이다. 소양을 다져야 할 시간에 권위의식만 내세우는 것이 과연 자신의 값어치를 높여줄까? 그렇지 않다. 흔히 선생을 비하하거나 기성세대를 지칭하는 은어를 자신의 이름의 수식어가 되는 것을 반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식어를 붙여준 사람을 탓하기 이전에 왜 붙었는지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꼰대로서가 아니라 인격 대 인격으로 후배를 마주할 자세를 익히는 곳이 대학인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더 큰 사회에 나가서도 다져나가야 할 선배의 자세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자세는 어느새 자신의 그릇을 크게 만들어줄 것이다.

대학 군기 문화는 우리 사회상을 함축해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갈수록 심각해져만 가는 계급구조 속에 커져만 가는 권위주의와 갑질. 사회에서 보고 배운 권위주의를 대학이라는 무대에서 연기한 것은 아닐까? 권위주의를 배울지 참된 지식을 쌓을지 단호하게 마음 먹을 필요가 있다. 지식의 요람인 대학교에서 이런 연기를 버리고 잘못된 무대를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바탕으로 참된 면모를 뽐낼 지식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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