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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사고방식을 깨뜨린 「무정」

등록일 2016년04월08일 16시5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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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이광수/민음사
1917년 봄, 매일신보를 읽기 위한 사람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한 독자는 매일 십리 길을 왕복하면서까지 이 신문을 구해보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매일신보에 대한 애정이 넘쳤던 이유는 바로 매일 연재됐던 이광수의 처녀작 무정을 보기 위해서였다. 또 다른 독자는 신문을 받자마자 소설을 큰 소리로 읽어 내려갔는데 어떤 날은 감동에 목이 메 소리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며 고백한 일화도 있다. 이 소설이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아주 큰 영향력을 가진 훌륭한 소설이었던 것이다.

1910년대 지식인들은 한글소설을 마땅찮게 여겼다.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들의 닫힌 마음을 바로 이광수의 무정이 열었다.

무정은 삼각관계 연애소설의 성격을 띠며 경성학교 영어교사인 형식과 박 진사의 딸 영채그리고 김 장로의 딸 선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형식은 선형의 미국 유학을 돕기 위해 영어를 가르치는데, 그 날 저녁 자신의 은인인 박 진사의 딸 영채가 집으로 찾아온다. 이때부터 셋의 필연적 만남이 시작된다. 영채는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기녀가 되지만 정혼가인 형식을 생각하며 꿋꿋이 정절을 지킨다. 그러나 배 학감의 못된 계략에 속아 정절을 빼앗겨 충격에 유서를 남기고 떠나는 지경에 이른다. 끝내 형식은 영채를 찾지 못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을 사위로 맞고 싶다는 김 장로의 말을 듣게 된다. 결국 형식은 선형과 약혼을 하게 되고 영채는 음악을 공부하던 신여성 병욱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 후 같은 날 영채와 병욱은 공부를, 형식과 선형은 미국 유학을 위해 같은 기차를 타게 된다. 우연히 재회하게 된 그들은 지나간 사정들을 나누다 차후 조선 사람을 위한 교육자가 될 것을 다짐하며 각자 갈 길을 떠난다.

이 소설에서는 근대 자유연애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주체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의례적이고 형식적이었던 기존의 신소설보다 발전된 모습이다. 무정출간 당시배따라기의 저자 김동인이 이를 읽고 새로운 감정이 포함된 소설의 효시로써도 무정은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광수가 소설 집필 당시 가제를 박영채전이라고 할 만큼 영채는 작품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다. 형식에게 갇혀 있던 자신을 병욱을 통해 능동적인 여성으로 인식하게 됐고 많은 변화를 추구함에 따라 스스로를 개척해 나갈 힘이 생겼다.

소설 끝자락에 보면 교육으로, 실행으로 저들을 가르쳐야지요! 인도해야지요!”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를 통해 계몽주의 사상도 확인할 수 있는데, 무정이 성공을 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이 작품이 내세운 계몽성 덕분일지도 모른다. 이광수는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던 지식인들에게 무언가 뜻이 있는 일을 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식민지 조선에서 무기력한 자신들을 발견하고 굳은 의지를 품으라고 격려한 것이 독자들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갔다. 과거로부터의 변화와 미래로의 발전력까지 담아낸 작품이기에 더욱 사랑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은진 기자 dms78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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