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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한 처음이자 마지막 거짓말 - 김동현 학우(비즈니스중국어과 2)

등록일 2016년04월08일 19시06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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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나쁘지만 좋을 수도 있다. 양심적인 사람들도 하루에 몇 번이고 거짓말을 한다. 알바몬에서 진행한 지난 3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천여 명에게 거짓말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친구와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며, 주로 상대방을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의 경우에도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다 생긴 일화가 있다. 8살 때 일이다. 우리 집 앞 1층에는 비디오 가게와 게임기, 불량식품, 슬러시 기계가 있었다. 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남아있는 핫플레이스였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이끌린 듯이 찾아갔고 게임기 앞에는 항상 게임 잘하는 애들과 형들이 앉아있었다. 우리는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를 구경했다. 근데 막상 게임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어린 나이에 용돈은 받아봤자 500원이었기 때문에 게임기에 자리가 비었다 해도 쉽사리 앉지 못했다. 괜히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매우 좋은 탐험 장소였다. 넓은 평수의 집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었다. 조그마한 체구의 8살 꼬마 아이인 나는 동생과 함께 집에 있으면 서랍장도 뒤지고 장롱 위에 올라가 놀았다. 여느 꼬마 아이들처럼 집 구석구석을 누볐다. 그런데 서랍을 뒤지다가 우연히 한 지갑을 발견했다. 지금 기억으로 지갑 속에 20~30만 원 정도 있었다. 지금도 큰돈이지만 그 당시에 어린 꼬마에게는 더 큰 돈이었고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들이 게임하는 모습이나 게임의 유혹 때문에 나는 결국 돈을 꺼내고 말았다. 당시에는 쑥스러움이 많아서 주목 받는 것을 피해 친구들과 논 후 저녁에 혼자 몰래 가서 게임을 하곤 했다. 처음에는 두툼했던 지갑이 점점 얇아져 갔고, 지갑에 있던 돈을 거의 다 써버릴 정도로 돈의 유혹은 엄청났다. 더 이상 가져가다는 탄로날 것 같아서 이번에는 아버지의 지갑에 손을 대버리고 말았다. 당연히 아버지는 눈치를 채셨고 나에게 돈을 가져갔냐고 물으셨다. 어린 마음에 동생과 같이 훔쳤다고 다른 거짓말을 했지만 들통이 났다. 그런데 아버지는 때리거나 크게 호통을 치시는 게 아니라 조곤조곤 내 잘못을 말씀해주셨다. 이어 서랍장 안 지갑의 돈도 네가 가져갔냐고 물으셨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고 아버지는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한 마디 하시고 혼내는 걸 그만두셨다.

13년이 지났지만 그때 아버지가 나에게 해주신 말씀이 기억난다. 만약 나를 때리시고 크게 혼내셨다면 일시적으로는 고칠 수 있겠지만 완전히 고쳐질 수는 없었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그날 이후 부모님께 거짓말을 하지 않고 돈을 쓰는데도 하나하나 따져 쓰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김동현 학우(비즈니스중국어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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