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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방, 탐식이 아닌 함께 하는 요리로 - 식품영양과 이윤나 교수

등록일 2016년05월31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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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나 교수(식품영양과)
먹방에 이어 쿡방이 대세라고 한다. 먹방은 말 그대로 먹는 방송의 준말이며, 쿡방은 ‘cook(요리하다)’과 방송이 합쳐진 신조어다. 유명 셰프들이 이러한 먹방과 쿡방을 시작으로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남자가 부엌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창피하게 여겨왔던 오랜 가치관이 조금씩 바뀌고, 요리하는 남자가 멋지다는 새로운 가치관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생각해보면 방송에는 늘 먹거리와 관련 된 프로그램이 있었다. 과거에는 주부를 대상으로 한 요리 프로그램이 있었고,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는 프로그램들도 다수 있었다. 먹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방송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때는 우리의 결핍을 채워주는 대리만족의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항상 누군가를 떠올린다. ‘다음에 가족과 함께 와서 먹어야지, 혹은 그 친구가 이런 음식 정말 좋아하는데라고 말이다. 먹는 것이 중요한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로 이것을 꼽고 싶다. 음식 한 그릇을 놓고 떠올려지는 오만가지 생각에는 누군가가 만들어주었던 음식에 대한 기억이나 누군가와 함께 했던 추억, 그리고 함께 나누고 싶은 누군가가 있기에 음식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먹방, 쿡방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그 따뜻한 누군가를 대신 채워주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얼마 전까지 음식점들을 소개하는 먹방이, 가보지 못한 음식점을 출연자와 함께 방 문하고 함께 먹는 것 같은 대리만족을 주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이 다양한 음식에 대해 알게 해준 것도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점차 탐스럽게 먹는 것을 넘어 숨쉬기 힘들도록 먹고도 또 먹는 과장된 장면들에는 다소 불편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은 없어지고 음식에만 집중되는 그야말로 탐식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 즈음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쿡방이다.

주로 남자 셰프들이 등장하여 과거의 주부 대상 요리 프로그램과 차별화되었고, 연예 프로그램의 요소를 도입하면서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 때문인지 쿡방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나면 그 다음 날 슈퍼마켓에서는 전날 TV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식재료가 일찌감치 동이 난다고 한다. 그러한 현상을 두고 혹자는 무엇이든 하나가 인기를 끌면 다 따라 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습성이라며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너도나도 가져가는 그 재 료를 사수하려고 억척스럽게 덤벼들면 좀 어떤가? 가족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맛있는 것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아닌가? 쿡방 덕분에 주방이 북적대기 시작했으니 집밥 역시 쿡방의 수혜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잘 먹지 않는 어린이에 대해 상담할 때 자주 조언하는 방법의 하나는 식사 준비에 사소한 것이라도 자녀를 참여시키라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스스로 참여하여 만든 음식을 맛있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음식의 맛은 미각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닌 오감으로 느끼는 것이므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감이 더욱 자극되고 기대감이 커진다고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숙제처럼 계속해서 식사를 준비해야 하거나, 의무로 짐 지워진 주부의 경우는 기대감이 반감되기도 한다.

음식을 만든다는 것, 특히 음식이 주체가 되어 거창한 요리를 하는 경우가 아니면, 만들기 쉽고 함께 즐겨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가족이 함께 만든다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그러한 점에서 쿡방이 진화하면서 오래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이제는 TV에 출연하는 셰프들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외국에서 유명 셰프에 의해 식생활의 변화를 가져온 사례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 국민에게 보다 건강한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많이 개발하고 소개해주었으면 한다. 또한 그러한 의미에서 식품영양 전공자로서의 책임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번 주말, ‘, 맛있구나!’를 반복하던 드라마 대장금의 외로운 임금이 되기보다는 가족 모두가 함께 음식 만들기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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