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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의 덕을 보는 중

등록일 2016년05월31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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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 새 어떤 대상에 홀딱 빠져본 적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대상을 파고든다는 뜻의 신조어 덕질’, 그리고 그 대상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덕후’. 혹시 본인은 덕질을 해본 적이 있는가? 신구학보 302호에서는 덕후들과 만났다. 일명 일코해제(일반인 코스프레 해제; 팬이 팬이 아닌 척 하던 것을 그만 둠)’의 담벼락을 넘어준 이들의 솔직담백한 덕질 라이프를 들어보자.



1. 본인이 덕질하는 대상과 그중 가장 좋아하는 대상은?

김덕근 학우(미디어콘텐츠과 1)
걸그룹을 덕질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트와이스를 좋아하고 있는데요. 모든 멤버가 좋긴 하지만 다현이라는 멤버가 가장 좋습니다.

임수빈 학우(IT전공 1) 저는 뮤지컬을 덕질하는 중인데요, 특히 오페라의 유령잭 더 리퍼라는 작품을 가장 좋아해요.

임정연 학우(시각디자인과 1) 저는 만화를 봅니다. 흔히 애니메이션을 줄여서 애니라고 하죠. 하지만 만화책은 딱히 좋아하지 않아요. 영상에서 색이 입혀져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게 더 흥미진진하고 보는 맛이 나서 좋아해요. 가장 좋아하는 대상을 하나만 꼽긴 어렵고 각 애니마다 최애(最愛)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누야샤에서 코우가’, 원피스에서 상디’, 셀 수가 없죠.



2. 덕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덕근 학우
제가 초등학교 5~6학년일 때 친누나가 지드래곤을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누나가 지드래곤이 입은 옷이나 굿즈, 포스터, 앨범을 다 갖고 있었는데, 그렇게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그런 모습들을 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연예인 사진을 조금씩 모으게 되고, 자연스레 덕질을 하고 있더라고요. 누나의 영향이 컸던 거죠.

임수빈 학우 저는 오랫동안 좋아했던 아이돌 그룹이 있는데, 멤버 한두 명씩 뮤지컬 작품에 출연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뮤지컬을 접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처음 접한 뮤지컬이 잭 더 리퍼에요. 한 작품 한 작품 보다 보니 뮤지컬이 가진 매력에 감명을 받았어요.

임정연 학우 저도 가족의 영향을 받은 경우인데요. 언니가 애니를 보더라고요. 따라서 보다 가 제 취향에 맞는 애니를 찾다 보니 어느새 덕후가 돼 있었습니다.



3. 자신이 덕후라고 느끼게 된 계기는?

김덕근 학우
한번은 연예인을 직접 보러 찾아갔던 적이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응원 문구가 적힌 피켓을 직접 들고 있게 됐는데 그 모습이 TV에 방송된 거죠. 또 연예인 사진을 핸드폰에 저장하다 보니 몇천 장이 넘어있는 거예요. 그래서 TV에 제가 찍혀 나오는 모습과 저장돼 있는 사진 수를 보면서 내가 평범한 팬을 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수빈 학우 사실 뮤지컬에 빠지기 전에 이미 다른 분야의 덕후였던 터라 제가 뮤지컬 덕후라는 실감은 못 느꼈어요. 그렇지만 요즘 뮤지컬을 관람하면서 생긴 표를 모아서 티켓북을 만들고 있거든요. 티켓북을 볼 때면 이렇게나 많이 봤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팬이 아니라 덕후구나싶긴 해요.

임정연 학우
친구들이랑 대화를 하는데 친구들에게 애니 이야기를 매우 열정적으로 하고 있더라구요, 제가 그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친구들을 입덕(덕질을 시작하다) 시키고 있었죠. 결국, 그 친구도 덕후가 됐어요.



4. 덕질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은?

김덕근 학우
보통 팬이나 덕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팬들이 준 선물을 SNS에 인증해준다거나 그것을 착용하고 사용해주면 기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집에서 덕질하는 팬인데요. 트와이스가 음악방송에서 1위 후보에 오른 거예요. 그래서 문자투표를 참여했는데 실제로 1위를 했어요. 그때 소소한 행복을 느꼈죠.

임수빈 학우 뮤지컬을 주기적으로 보니까 남들보다 문화생활을 더 즐긴다는 것이 큰 장점이자 보람이에요. 저는 뮤지컬을 처음 보러 갔을 때 크게 감명받은 배우가 2명 있는데, 그중 한 분께 티켓에 싸인을 받았어요. 그 당시 정말 신났던 기억이 나요. 보통 연예인이나 아이돌 가수를 생각해보면 싸인을 받기가 되게 힘든데 뮤지컬 배우들은 공연이 끝나고 공연장 밖에서 만나면 싸인도 해주고, 얘기도 나누고 친근하게 대해주거든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임정연 학우 가끔 매우 무기력해질 때가 있잖아요. 그때 애니를 보면서 두근두근거리고 하루의 보람을 느꼈어요. 또 일어회화가 조금 가능해요. 몇백 편이나 되는 애니에 나오는 말은 딱히 자막 없이도 잘 보는 편입니다. 물론 본 애니만 이지만요. 이렇게 제2외국어를 배웠네요!



5. 덕질을 그만두려 했던 적이 있는가? 그 이유는?

김덕근 학우
고등학교 때 연극영화과에 지원하려고 준비를 했는데 그 과정이 힘들기도 했고 트라우마가 왔습니다. 그래서 덕질에 기대보려 했지만 그러질 못했죠. 그리고 트와이스 이전에 애프터스쿨이라는 그룹을 좋아했는데요, 이 그룹이 컴백을 안 해요. 노래를 안 내요. 언제 나오나 계속 기다렸는데 안 나오니까 덕질을 못하게 된 거죠. 그러다 만난 게 트와이스입니다.

임수빈 학우
아이돌도, 뮤지컬도 다 덕질을 안 하고 있는 상태예요. 먼저 아이돌은 멤버들이 군대에 가서 보려야 볼 수가 없고, 뮤지컬 같은 경우는 돈 문제 때문에 덕질을 못 하고 있습니다. 항상 무대에서 가깝거나 좋은 객석을 구매하는데 너무 비싸니까 관람 빈도를 조금씩 줄여나가게 됐습니다. 대신에 연극을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아무래도 소극장에서 하는 연극 같은 경우 공연 규모가 뮤지컬보다 작다보니 가격이 싼 편이거든요.

임정연 학우 딱히 없는데 신경 쓰였던 건 가까운 사이가 아닌 사람들이 , 저런 거 왜 봐”, “오타쿠야? 뭐 이런 말을 하면 이게 부끄러운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한동안 안 봤어요. 하지만 괜한 짓이었죠, 다시 보고 있는 걸 보면.



6. 덕질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덕근 학우
생판 모르는 남자가 길거리에서 어떤 여자가 예쁘다고 해서 빤히 뚫어지라 쳐다본다면 그 사람은 싫어하고 도망가요. 하지만 연예인은 제가 아무리 바라본다 해도 이상하게 여기진 않죠. 자신 있게 떳떳하게 바라볼 수 있고, 응원해줄 수 있는 것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임수빈 학우 무엇 하나에 꽂혀서 열심히 파헤친다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사람들이 허송세월 보내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아이돌이든 뮤지컬이든 뭐든 하나에 꽂혀서 파헤치다 보면 거기서 무엇이든 간에 얻는 게 있어요. 그게 가장 좋죠.

임정연 학우
제가 아는 상식이나 지식이 더 많아진다는 거예요. ‘만화에서 뭘 얻을 수 있어?’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얻으려고 하면 진짜 무엇이든 얻을 수 있어요. 생활상식, 가치관, 언어…… 전부 다요. 딱히 얻지 않아도 좋아요. 제 취미니까요!



7. 덕질의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덕근 학우
애프터스쿨을 좋아할 당시에 소속사에서 세븐틴이라는 후배 그룹을 만들고 전폭 지지를 해줬어요. 타 가수들은 내버려둬 버린 거죠. 이런 경우처럼 연예인의 경우 소속사가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돌봐주지 않으면 팬들은 서운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임수빈 학우
, 시간, 감정소비 세 가지가 있는데요. 아이돌이라면 앨범, 콘서트, 뮤지컬이라면 티켓요금, 만화라면 대여료나 책 구맷값이 들잖아요. 저는 용돈을 받으며 생활을 하고 있는데 덕질에 돈을 쓰면 생활에 쓸 돈이 부족하니까 힘들죠. 또 덕질을 하면서 학업이라든지 놓치는 부분이 생기니까 힘들고. 감정소비의 경우는 김 학우가 말한 것과 비슷한데, 예를 들어 좋아하는 작품이 논란이 생겨서 공연이 취소돼버리면 마음 아프죠.

임정연 학우 저 역시 시간을 뺏긴다는 점을 꼽을게요. 애니를 보려면 한 편에 20분 정도 필요해요. 한 시간이면 3편 정도를 보는 격인데, 3편을 보는 동안의 시간은 그저 흘러만 간 거니까요. 하지만 딱히 단점 같지는 않아요. 해야 할 일을 못 한 건 그냥 제가 게을러서죠.



8. 본인의 덕질 분야를 영업한다면?

김덕근 학우
덕질을 안 하는 사람들이 트와이스를 안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나만 알고 싶은 욕심이죠. 하지만 이제 막 덕질을 하려는 분들께 당부하는 것은 너무 남에게 덕질을 강요하진 말았으면 해요.

임수빈 학우 사람들이 영화는 많이 보러 다니는 데 반해 뮤지컬은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접할 용기를 못 내시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뮤지컬은 영화와 다르게 한계가 있다는 매력이 있어요. 영화는 편집할 수도 있고 나중에 보정이 가능하잖아요. 하지만 뮤지컬은 시공간의 제약이 있고, 그 안에서 배우들이 뿜어내는 호소력이 대단하거든요. 그래서 한 번쯤은 그런 뮤지컬의 매력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임정연 학우 인생이 좀 더 재미있고, 자극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답은 바로 애니입니다. 헤어나올 수 있는 탈출구 따위는 없기 때문이죠! 함께 조마조마, 두근두근 거려보아요~



김경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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