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섭 교수(글로벌경영과)
올해 3월, 구글사가 인수한 영국 딥러닝사의 인공지능시스템 ‘알파고’가 최고의 프로 바둑기사인 이세돌과 바둑대결에서 4대 1로 승리했다. 인공지능의 우세함을 증명한 이 사건은 모든 이에게 큰 충격을 줬다. 전부터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지식과 육체노동을 대체할 것이며 미래 직업세계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예측을 해왔지만, 이 사건으로 우려가 증폭되었다.
지난해 12월, 노무라총합연구소와 옥스퍼드대학의 공동연구로 일본 601개 직업종류에 대해 10~20년 후, 인공지능과 로봇 등으로 대체될 확률을 계산한 결과, 약 절반인 49%가 기술적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우리와 경제 환경이 유사한 일본의 사례는 몇 년의 시차를 더하면 우리에게 현실이 된다. 분석 결과, 예술, 인문학의 추상적인 개념을 활용하는 직업과 타인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설득하고 서비스하는 직업들은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반면, 특별한 지식·기술이 요구되지 않는 직업이나 간단한 데이터 분석과 체계적인 작업이 요구되는 직업은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노무라총합연구소 결과에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를 추가하여,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 가능성이 높거나 낮은 직업 중 우리 대학의 학과전공취업과 관련된 것이 다음 표와 같다.
(출처 : https://www.nri.com/jp/news/2015/151202_1.aspx, 한국고용정보원)
위 목록은 우리보다 5년 정도 앞선 일본에서 10~20년 후에 나타날 직업변화를 예측한 것이므로 당장 일어날 확률은 적다. 다만 기술 발전의 가속도를 감안하면 빠르면 10년 후, 현실이 될 수 있다. 염두에 둘 것은 특정 학과의 전공 관련 직업 중에는 인공지능 등에 대체되기 쉬운 직업도 있고 힘든 것도 있다. 경영관련 직업의 경우, 사무원은 대체가 쉽다고 하지만 경영 컨설턴트, 마케팅 연구원은 대체가 힘들다고 한다. 즉, 독창성이나 공감능력이 경쟁력인 직업의 대체가능성은 낮다.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21세기에는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발달로 중간관리층이 소멸하고 지식노동자와 서비스노동자만 남을 것으로 보았다. 인공지능과 로봇을 추가로 고려해 보면, 지식노동자나 서비스노동자도 변화하지 못하면 일자리를 보전하기 힘들 수 있다. 대표적인 지식노동자인 의사, 변호사도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변화가 예견된다는 다음 보도가 있다.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의료 진단영역... 암 진단 정확도 96%까지 높였다.’(2016.06.01, 조선일보)
‘2005년 도입 이후,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된 로봇수술기는 55대(44개 병원)다. 로봇수술의 선두주자는 세브란스병원으로 첫 도입 이후로 약 1만 4,554건 이상 수술을 실시했다.’(2016.06.04, 뉴스메이커)
‘세계 최초 인공지능 변호사는 파산관련 문서를 1초에 10억 장 문서를 검토해 법률 자문을 할 수 있다.’(2016.05.17, 한겨레)
드러커가 직업에 전문지식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식 노동자와 서비스 노동자로 나눴지만, 나는 직업에 독창성과 공감 능력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창조적 노동자와 공감 노동자로 나누고 싶다. 독창적인 진단 치료법이 없거나, 환자와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의사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변론능력이 없는 사무전문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서비스직도 독창성과 고객과의 공감이 없다면 역시 취업경쟁력이 없다. 전 맥도날드 CEO가 폭스TV와 인터뷰에서 “프렌치프라이 포장 일을 하는 직원에게 시급 15달러를 주느니 3만 5천 달러하는 로봇 팔을 사는 게 싸다”고 언급해 논란이 되었다.
우리는 오랜 경험을 통해 자본가의 이익창출 욕망이 지금껏 사회·경제 변화를 초래했고 일반 서민들은 이에 적응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지식 또는 육체노동을 대체할 정도로 발전한다면 대부분 기업들이 인공지능과 로봇을 사들이고 인간의 일자리를 줄일 것이다. 일부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해도 절대다수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실업률이 더욱 높아질 것이며, 취업자의 소득은 높아질 것이다. 이 위기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술과 인문학’으로부터 창의적인 생각을 얻어야 한다. 인터넷과 게임을 즐기기보다는 문학·역사·철학책 읽기와 미술, 음악 감상을 하는 것이 더 좋다. 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만 들여다보기보다 내 앞에 앉아 있는 가족, 동료,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