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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하청업체 노동자의 죽음

등록일 2016년06월24일 18시02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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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 중이던 19살 노동자가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사고 초기에 서울메트로 측은 사고 원인을 사망한 김 군이 안전 수칙과 작업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탓이라며 그 책임을 고인에게 전가했다. 사고의 원인은 지켜지지 않은 안전 수칙과 작업 매뉴얼처럼 보였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실패한 공기업 개혁에 있었다. 스크린도어의 유지· 보수가 외부 업체가 책임지면서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4년간 일어난 3건의 스크린도어 정비 중 사망사고 모두 2호선에서 일어난 사고이다. 2호선은 서울메트로가 관리하는 호선으로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관리하는 5~8호선과는 다르게 외주업체에 스크린도어 정비를 맡기고 있다. 외주업체는 최저가 입찰 경쟁을 통해 들어왔지만 사실상 서울메트로의 자회사와 마찬가지였다. 회사 설립 당시 전체 직원의 72%90명이 서울메트로의 전 직원이었고, 서울메트로와 계약 당시에도 전적자들에 대한 고용보장 조건이 명시돼 있었다. 이들은 현장 업무와는 무관한 비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인원 보다 두 배 정도 많은 임금을 받았다. 그 결과 현장 근무자의 인원을 늘리기 어려웠고, 사고 당일 1~4호선에 해당하는 46개 노선 4천여 개의 스크린도어를 관리하는 노동자는 6명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21조 정비 수칙은 애초에 지켜질 수 없었다. 또한, ‘문제 발생 1시간 내 출동이라는 계약조건도 지켜야 했기 때문에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 입사 7개월 차인 김 군이 21조 정비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서울메트로는 사고원인을 개인의 과실로 떠넘기며 김군의 장례식장에 찾아가 합의를 요구하는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어린 노동자의 죽음에 많은 시민이 슬퍼하고 구조적 문제에 분노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서울메트로는 사고 발생 사흘 만에 잘못을 인정했다. 유가족은 서울메트로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약속을 받는 조건으로 미루었던 장례절차를 밟았다.


616일 서울시에서는 지하철 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으로 지하철 안전 업무 직영 전환 및 메피아 근절 방침을 발표하며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등 안전 관련 5개 업무를 모두 직영화하기로 했다. 현재의 외주업체 직원들은 각 회사의 계약이 끝나는 대로 무기계약직으로 서울메트로에 직접고용이 된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반쪽짜리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메트로의 제1노조인 서울지하철 노조는 서울시의 사고대책에 핵심 과제인 정규직화와 인력확충에 대한 내용 포함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원 증가 없는 직접고용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 이번 사건이 일단락된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며, 지적들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패한 공기업 민영화와 근절되지 않는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그리고 안전 불감증 속에서 죽어간 열아홉 청년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커 보인다. 과연 이번 사건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결하고 넘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강재현 수습기자
rock82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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