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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를 꿈 꾸는 대학생

등록일 2016년09월06일 11시47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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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아 기자

의사, 판사, 검사, 교사. 어릴 적 너 꿈이 뭐니?’하고 물으면 나오던 대답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까지 몸과 마음이 커갈수록 그 대답은 조금씩 바뀌어만 간다. ‘연봉 2천만 원만 되어도 소원이 없다현실적인가 싶다가도 각박한 사회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대답이다.


꿈이란 무엇일까. 꿈은 우리가 가지게 될 직업인가? 그렇지 않다. 직업은 꿈 중의 하나일 뿐, 직업이 꿈의 모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직업이 곧 꿈인 양 너의 꿈은 무엇이니?’라고 묻고 있다. 내가 원하는 직업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으라고만 한다. 재촉만 한다. 그리고 대게 고등학생 신분인 3년 동안은 대학에 가라며 공부만 시킨다. 그렇다면 또 대학에 가야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대학에 가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정립되지 않은 목적은 결국 방황하는 결과를 낳는다. ‘너 꿈이 뭐니?’ 그리고 이내 외치고야 만다. “모르겠어요.”


목표도, 목적도 찾지 못한 우리에게 사회는 너무 가혹하기만 하다. 분명 1%의 영감에 99%의 노력을 더하면 성공한다고 들었는데 99%의 노력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맨발로 산을 넘는 자와 차를 타고 산을 넘는 자. 적지 않은 사람이 불가능한 게임이라고 외칠 것이다. 사람이 곧 재산인 우리나라는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또 경쟁에서 이겨 성공하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비교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때, 비교는 우리를 주눅 들게 하고 포기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차를 타고 산을 넘는 자가 나와 함께 비교 선상에 올랐을 때 내가 맨발이라면? 의욕을 뺏기고 말 것이다. 그 차는 학연, 지연, 혈연은 물론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된다.


그뿐이랴. 특별할 것 없는 성장 과정을 돌이켜보며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 내 모습이 마치 사기꾼 같다. ‘내게 이런 글솜씨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이쯤 되면 나는 글쟁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남들도 다 갖고 있다. 어학연수는 가고 싶은데 돈이 없다. 학원에 다니고 싶은데 돈이 없다.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니 고단함은 배가 되었다. 스펙이란 스펙은 모두 챙겨야 하니 몸은 하난데 해야 할 일은 넘어야 할 산만큼 쌓여간다. 오르면 오를수록 아득해져 가는 산꼭대기가 보이지 않자 하나 둘 마음에 병이 생기진 않는가? 지친 마음을 잠시 추슬러 보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열정이 없구나.’, ‘끈기가 없구나.’, ‘노력을 안 했으니 그 모양이지.’ 산 넘어 산이다. 면접은 어떠한가. ‘부모님의 직업은? 연봉은? 학력은?’ 나를 뽑으려는 것인지 부모님을 뽑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키는? 몸무게는?’ 필요한 직무 능력이 나의 키와 몸무게인 줄 처음 알았다. 면접 컨설팅도 받고, 복장도 갖추고,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매일 거울을 보며 미소 연습도 했지만 들려오는 불합격 소리가 너무나 크게 들린다.


서류 탈락, 면접 탈락을 바라보는 주변의 눈빛이 마치 넌 실패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내가 정말 실패한 사람일까. 실패의 원인이 정말 부족한 개인의 노력 탓일까? 막막하기만 한 예비 사회인에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런 곳을 직장으로 가져야 한다라며 이미 만들어 놓은 미래를 강요하기만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최종 합격, 또 다른 눈빛이 느껴진다. ‘드디어 성공했구나!’ 그렇다면 난 정말 성공한 사람일까.


뉴스를 보니 하루도 빼지 않고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청년실업률 상승’, ‘7대 스펙, 이제는 8대 스펙’, ‘취업 성형 늘어답답한 현실에 자연히 나오는 말이 있다.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 누구나 그려봤을 삶일 것 같다. TV에서 보이는 부잣집 강아지의 팔자가 나보다 나아 보인다. 오늘 또 꿈이 변했다. 어제보다 더 위축된 것 같다. 내일은 얼마나 더 위축될지 걱정이기만 하다. 이러다 꿈을 잃어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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