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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만 있어? 내 마음도 있지! - 유아교육과 한진원 교수

등록일 2016년09월06일 17시42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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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이 그림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한진원 교수(유아교육과)
?
아마도 어느 화가가 그린 그림이지?’,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정답을 알려드린자면, 이것은 고흐가 암울한 시기의 자신의 모습을 그린 영원의 문 앞에서라는 그림입니다.


만약에 이 그림을 유아에게 보여준다면 어떤 말을 했을까요? 실제로 유치원에서 이 명화로 아이들과 수업을 했던 경험이 떠오르네요. 그림을 보여주자마자 아이들이 ! 저 할아버지 대머리다!”라며 웃었어요. 그 때, 한 아이가 근데, 저 할아버지 슬픈가 봐요!”라고 이야기하였고, 제가 이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슬퍼하시는 걸까?”라고 물었죠. 이 때 어떤 아이가 엄마가 장난감을 안 사줘서 그런가 봐요라고 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 할아버지가 무슨 장난감 때문에 슬퍼하냐?”라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교실 여기저기서 할머니가 암에 걸리셨나봐”, “할아버지 여자친구가 놀러오기로 해서 집을 청소해놓았는데, 안 온다고 해서 울고 있나봐라면서 할아버지 입장에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이 너무 한 쪽 방향으로만 치우치는 것 같아서 다시 그런데, 할아버지가 꼭 슬프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물었더니, 질문을 받은 아이들은 다시 새로운 추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슬픈 게 아니고 졸려서 그런 거 아니야?”, “부끄러워서 얼굴 가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라는 이야기도 나왔고, 평소에 가장 엉뚱하고 재밌는 생각을 많이 하던 아이가 아냐, 아냐! 혼자서 고개 숙이고 맛있는 거 몰래 먹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라고 이야기해서 다함께 배꼽을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에게 명화를 설명하거나 화가에 대하여 알려주기는커녕, 한바탕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눈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아이들은 그림을 그린 화가가 누구인지나 어떤 기법으로 그렸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언젠가 저 그림을 다시 보게 된다면 할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봤던 기억을 떠올리겠지요. 이 수업의 의도는 아이들에게 조망수용능력’, 즉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경험을 통해 타인의 생각이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많은 연구들은 조망수용능력은 경험이나 학습을 통하여 증진되고 향상될 수 있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식적인 수업이나 가르침 보다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경험이나 힘들었겠다”, “속상했겠다”, “좋았겠다”, “놀랐겠다라는 마음 읽힘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즉 조망수용능력이 높았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조망수용능력은 어떤 수준일까요? 물론 아이들처럼 아빠 생일 선물로 자기가 좋아하는 유희왕 카드나 딱지를 선물할 정도로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른이라고 모두 조망수용능력이 높을까요? 만약에 그렇다면 친구관계에서의 스트레스나 뉴스에 나오는 끔찍한 사회문제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지도 모르지요. 왜냐하면 내가 이렇게 하며 상대방이 속상하고 힘들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테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놀이하다가 의견이 충돌할 때면 종종 ! 네 맘만 있어? 내 맘도 있지!”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우리도 아이들처럼 속 시원하게 따지면 좋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 이렇게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랬구나. 내가 몰랐네라구요. 그 말이 다시 여러분에게 되돌아오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겁니다.

이유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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