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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예감 - 비즈니스중국어과 주재진 교수

등록일 2016년09월06일 17시46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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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진 교수(비즈니스중국어과)


1760
년부터 1840년 사이에 영국에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란 다름 아닌 농업 및 가내수공업 경제에서 기계에 바탕을 둔 공장제 공업으로 변화하는 1차 산업혁명이었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축복을 가져다주었지만 거꾸로 인류가 필요로 하는 생산품을 만드는 복잡한 공정을 자신의 머릿속에 온전히 간직하면서 19세기 산업혁명 이전에 생산을 담당했던 이른바 장인(匠人)들에게는 오히려 저주로 다가왔다. 즉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장인들은 자신들의 생산과 관련된 지식을 바탕으로 오직 망치, , 끌 등 비교적 간단한 도구만으로 육체노동을 통해서 각종 재화를 만들어내었고, 비록 그들이 고용되어 일하는 경우에도, 비교적 높은 임금과 작업 과정에서의 자율성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에는 기계가 장인으로 통하던 수공업자들의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상황으로 급격하게 바뀌어 버린 것이다. 기계는 제작 공정에 대한 장인들의 지식을 시꺼먼 철과 그와 연결된 체인 내부로 흡수해 버렸다. 적어도 수년 동안의 수련을 거쳐야만 지닐 수 있었던 장인 수공업자들의 지식과 기술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이제 그들의 숭고했던 육체노동은 극히 단순한 동작으로 잘게 쪼개져 기계 속으로 흡수되거나 사라져버렸고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이득도 하루아침에 기계 속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고임금과 장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존경 등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던 장인 수공업자들은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하루아침에 공장 노동자로 전락해 버렸다. 그들은 이러한 현실을 참아내기 힘들었다. 마침내 1811년부터 1817년까지 영국 중북부의 직물 공업 지대에서 일부 장인들이 산업혁명이 초래할 실업의 위험에 반대해 기계 파괴 운동, 일명 러다이트 운동을 벌이게 된다. 그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해왔던 일을 가공할 만한 속도와 수준으로 처리해내는 기계 속으로 나무토막을 집어넣거나 볼트와 너트를 집어넣는 방식으로 기계를 파괴하면서 1차 산업혁명이 자신들에게 가져다 준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이러한 기계파괴 운동은 18122월 영국 의회가 기계를 파괴하는 노동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법안을 통과시켜 18132월 러다이트 운동을 주동한 열네 명의 노동자들을 교수형에 처하면서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1818년 독일신문 쾰른차이퉁(Klnische Zeitung)이 말한 대로 "증기기관 하나가 때로는 1,000명의 사람을 실업자로 만들고, 모든 노동자에게 나누어질 이익을 한 사람의 수중에 넘긴다. 기계가 새롭게 개선될 때마다 숱한 가정의 빵이 강탈된다. 증기기관이 하나 만들어질 때마다 거지들의 숫자가 늘어난다. 머지않아 모든 돈이 수천 가문의 수중에 들어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걸하게 되는 사태를 예상할 수도 있다"는 기사 내용은 당시에 유럽을 휩쓴 기계문명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컸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증기기관 혁신과 기계에 의한 생산을 이룩한 1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준 이러한 공포와 그에 맞서는 행동이었던 기계파괴운동은 하나의 극단적인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후 20세기 초 미국을 필두로 도입한 대량생산 시스템에 기반을 둔 2차 산업혁명,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된 정보통신 기술의 혁신과 발전을 기반을 둔 3차 산업혁명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과학기술과 생산력의 발전에서 소외된 이들에겐 매 순간 순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리고 우리에게 얼마 전 이러한 러다이트 운동이 가까운 미래에 재현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을 하게 만든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얼마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이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4:1 알파고의 완승이다. 이 세기의 대결을 숨죽여 지켜본 우리는 그 결과에 놀라움을 넘어 심지어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우리 앞에 펼쳐진 결과는 이세돌 9단도, 바둑계의 사람들도, 대부분의 사람들도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이 힘겹게 1승을 거두자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잠깐 내쉬었다. 4패를 통해 컴퓨터에 무릎 꿇은 인간의 능력에 좌절하기 보다는, 그래도 1승을 했으니 아직까지는 컴퓨터가 인간을 따라오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이라며 애써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우리는 반문했다. 과연 이세돌 9단의 1승은 인간의 능력이 아직은 미세하게나마 우월함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걸까?


우리가 이세돌 9단의 1승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과는 달리, 각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기관에서는 머지않아 우리 앞에 인공지능의 세계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예상을 색깔로 비유하자면 크게 두 가지 색깔로 나뉘고 있는 것 같다. 장밋빛 아니면 암흑. 장밋빛 전망을 가진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더욱 편리한 방향으로 사용될 것이며, 특히 각종 산업현장에서 높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던 분야에 활용되거나 의료분야에서 사용되면 훨씬 더 정확하고 세밀한 영상 지원을 바탕으로 초기 암 발생 과정을 추정해낼 수 있고, 수술에서도 집도 의사를 도와 수술 정확도를 높이고, 수술 속도를 크게 단축하면서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어두운 전망을 가진 사람들은 머지않아 전 세계 4분의 1에 달하는 일자리가 소프트웨어와 로봇들로 교체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상당수의 사람들이 실업의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에는 지난해 10월 이후 505개의 로봇 공장에 42억 위안(77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더욱이 광둥성 둥관(東莞) 시에는 거대한 로봇 공장이 이미 등장했다. 선전상이정밀에서 세운 이 공장에서는 이전에 투입했던 1800명의 인력을 90%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둥관 시에 입주한 애플의 아이폰(iPhone) 제조회사 폭스콘(Foxconn)’에서는 향후 5년 간 전체 인력의 30%를 로봇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의 이런 움직임은 제조업 전반에 로봇 시대를 앞당기는 세계적 추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이제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산업발전을 이룰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두 가지 전망 중 어떤 것이 맞을 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저 과학저술가 스티브 존슨이 말했던 느린 예감(slow hunch)’만을 느낄 뿐이다. , 뭔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 머지않아 산업 각 분야에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해 일자리 풍토를 바꾸어놓는 현실이 조만간 다가올 것이라고만 막연하게 느낄 뿐, 내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어디로 가야만 할지, 그리고 무엇을 발견해야만 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저 새로운 세상의 해안에 거의 이르렀다는 느낌만을 느낄 뿐이다. 하지만 세 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이번에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역시 과거의 낡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걱정과 두려움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새로운 혁명을 맞이할 준비를 하루빨리 시작하여야 할 때이다.

이유니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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