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한 달 채 남지 않았다. 무한도전 프로그램을 겨우 네 번만 보면 22살이 된다는 게 믿기지도 않고 마냥 얼떨떨하다. 입학 후 지금까지 무얼 했나 되돌아보면 그 2년 안에는 학보사 활동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작년에 하루 수업이 다 끝나면 친구들이 항상 물었다. ‘오늘도 학보사 가?’ 은연중에 한심하다는 듯한 뉘앙스가 풍기는 그 질문이 듣기 싫었다. 당사자인 내가 좋아서 하는 활동에 시간이 아깝다는 둥, 과제 안 하냐는 둥의 참견이 고까웠다.
난 학보사 기자로서 어떨 땐 스스로 자랑스럽기도 하다가 심지어 대단하다고까지 생각했다. 이 활동이 나중에 가서는 내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기자 생활 동안 열심히 묻고 답하며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나를 느꼈다. 새로 보고 배우고 경험하는 게 많아 즐거웠으니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아깝지 않았다. 학보사 안에서 배우고 느낀 것들이 굉장히 많다. 교정교열법이라든지 학교 시설 위치, 협동심, 동료애 등 사소한 것 하나 하나 다 따지면 열 손가락이 부족하다.
그 중 나는 소속감이 주는 만족을 새로 느꼈는데 이것이 주는 자가 발전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이것 하나로 연대감, 동질감, 주인의식 등 여럿이 따라오는 듯하다. 함께 회의에 참여해 열띤 논쟁을 벌인다든지, 취재를 나가 같이 고생한다든지…. 일단 이런 소속감을 느끼게 되면 동료애와 팀워크에 자동으로 연결되어 일에 대한 보람과 성취감이 두 배로 되돌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몰입도도 강해지고 성과도 또한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어진다. 반대로 결속력이 무너진다면 그에 따르는 타격도 무시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함께 했던 기자가 학보사를 그만두면 그 뒤에 오는 허전함과 늘어나는 할당량으로 기운 빠지기 마련이다. 이럴 땐 결속력을 더욱 확실히 다져야할텐데 그럴 기회가 적다는 것이 매우 아쉬울 뿐이다.
또 하나 배운 것, 확실한 표현력이다. 나는 원래 글을 쓸 때 ‘~인 것 같다’, ‘~지 않을까?’ 같은 애매모호한 표현을 많이 썼었다. 대학 입시 준비로 자기소개서를 쓸 때 이 때문에 선생님께 지적을 받았는데 여러 분야의 기사를 쓰다 보니 맺고 끊음을 언제 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마감기간에 원고 수정을 할 때마다 빨간 줄 천지였던 내 기사가 이제 점점 흑백 종이로 바뀌고 있음이 눈에 보인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2년 전에 비해 부쩍 는 실력이 내 자신감을 마구 키워주고 있다.
짧은 시간동안 배운 것들이 앞으로의 나에게 밑거름이 되어 싹이 트고 어떤 꽃을 피울지 궁금해진다. 아직은 기초 공사를 탄탄히 하는 단계니 그 다음 단계에는 어떤 것으로 내 안을 채울지 열심히 고민해봐야겠다.
이은진 기자 dms78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