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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화된 기억의 상호작용,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

등록일 2016년12월07일 16시26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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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김연수/문학동네/2002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소설이다. 김연수의 두 번째 소설로 총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 김연수의 고향인 김천 평화동 80번지를 배경으로 유년 시기부터 스무 살 이전까지의 경험이 문장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스며있다. 9편의 단편소설 중 작가의 자전적 소설형식으로 쓰인 뉴욕제과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진 줄만 알았던 빛이 한 곳에 모여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는 사실을 전함으로써 독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글의 시원을 찾아가는 다양한 감정 여행


첫 번째 단편
<하늘의 끝, 땅의 귀퉁이>에서 작가는 어느 해 크리스마스 전날 빵집에서 있었던 일을 시간여행의 시작으로 한다. 빵집에서 일하던 게이코가 돈을 훔쳐 달아나자 주인 김 씨와 제빵사 태식이가 찾아 나선다. 게이코는 어머니가 죽어 까마귀가 됐을 거라는 미신을 믿으면서 다른 사람과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게이코의 유일한 낙은 실용 펜팔편지 예문을 베끼면서 미국 소녀와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다. 김 씨와 태식은 열차를 갈아타며 게이코의 허름한 방에서 훔쳐간 돈을 대신하여 컬러 텔레비전을 가지고 눈길을 걸어간다.



단편
<리기다 소나무 숲에 갔다가>에서는 치과를 운영하는 삼촌이 주인공 와 트럭운전사 셋이서 멧돼지 사냥을 나선다. 그들의 목표인 멧돼지와 딱 마주하지만 놓아준다. ‘는 집회 때 분신자살한 학생이, 삼촌은 사랑하던 여자가, 그리고 트럭 운전사는 사냥했던 멧돼지의 어미가 옛 기억 속에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들이 각자 가지고 있던 상처에서 삶과 생명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외에 다른 단편에서는 광주항쟁이라는 현대사의 깊은 상처를 안고 부정한 권력의 사람들이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성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거나 교차적 서술을 통해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정갈한 문체로 써내려간다.





자신이 어떤 불빛으로 이루어진 존재인지 물음을 던지다

독자의 마음을 울린 이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그렇게 많은 불빛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만 있으면 된다.’ 여기서 불빛이라는 매개체는 독자에게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던진다. 작가 김연수는 제과점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지금의 작가가 되기까지 그를 휘감았던 빛에 대해 자전적인 문체로 속삭인다. 지금의 는 그냥 생긴 존재가 아니다. 따뜻한 기억과 추억, 혹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과 같은 여러 파편들이 자잘한 부스러기로 남아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는 값진 교훈을 전해 준다. 그러면서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아직 아이였을 때 기억, 그 기억을 털어내고 어른이 된 것일까?





최혜원 기자
gpdnjs97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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