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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라는 주제로부터 - 이경미 학우(물리치료과 2)

등록일 2017년01월09일 10시57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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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키보드를 또 잡았다. 어떤 날은 무작정 글이 쓰고 싶은 날이 있고, 어떤 날은 무작정 글이 쓰기 싫은 날도 있다.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술로써 풀 것이지만, 나한테 있어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글이다. 글이라는 건 일기 형식으로나마 깨작깨작 써내려가는 것으로 나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의 수단이자, 나를 굳건하게 지켜나갈 수 있는 유일한 자의식이었다. 항상 고민했다. 누군가에 대한 감정을 느끼면서, 이 감정이 과연 진실된 명제인지를. 아무리 생각해도 후회나 반성을 거치고 나서야 그 감정을 조금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도 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살아가면서 계속 동일한 과정을 반복할 것을 이미 알아차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간이라는 주제 아래에서 참 많이 방황 아닌 방황을 했다.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준다는 그 흔한 통속적인 진리도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었다. 시간이 저절로 해주지 않았던 나의 유년기부터의 애증이 그 첫 시작인 셈이고,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는 무언가의 결여됨이 항상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이번 기회는 그동안 나를 지배해 온 그 연장선과는 전혀 다른 첫 시작이었다. 누군가의 빈자리를 감당하는 사이에 그 결여된 불빛으로부터 그림자는 어제보다 오늘 더 또렷해졌다. 그리 길지 않은 숱한 연애 가운데에서 발견한 특유의 진실성과 애틋함을 내 피부로 느끼고 멀리 있어 함께 있다라는 감정을 내 살갗으로 닿을 수는 없어도 느낄 수 있다는 경험도 맛보았다.

항상 성숙해지고 싶다는 무언의 갈망을 자신에게 속삭이면서도, 성숙의 근처로 향하는 발걸음이 꽤나 무거웠고 늘 내 덩치보다 벅찼다. 쉬고 싶었을 뿐인데 도피를 했었고,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도착하고 싶었을 뿐인데 무작정 달리기만 했던 탓에 때 아닌 좌절 안에서 꿈틀거리기도 했다.

살면서 무언가를 가지고 싶을 때는, 미치게 오직 그것만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미치지 않고서는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탐했던 이유도 있었겠으나 그만큼 미치도록 갖고 싶었던 욕심나는 대상이었다. 지금이 그런 순간이었다. 쉽게 변하는 것으로부터 매료되지 않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내가 느끼는 건 가장 튼튼하고, 가장 안정된 자리에 올려놓을 만한 가치를 포함한 것이라는 내 판단에 조금의 혼돈의 부스러기마저 없다고 확신할 만큼, 이미 내 안에 모든 신경들이 생동감 있게, 그리고 꽤나 예민하게 그것을 주시하고 있다.

사람이 살면서 정말 가지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정말 이루어보고 싶은 일이라는 작업영역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간관계가 아니라 진실성을 담아둔 사람과 사람만의 관계가 우선적으로 바탕이 되어야 하고, 경험이라는 단계를 거치면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현실성을 자각해야 했다. 그만큼 사람은 사람에게서 배운다. 앞으로 계획했던 모든 일이 순차적으로 진행 되어가면 좋겠지만, 가끔 어긋나도 괜찮다. 어긋나면 맞춰가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미로 같은 길에서 엎어지면 두 번째 엎어질 때는 첫 번째보다 덜 아플 것일 테니.

진실은 그리 멀지 않았다. 어쩜 이미 진실에 근접해 있을지도. 모든 사물이나 사람을 향하는 접근법에서는 공식이 아니라 진심 하나면 충분하다.



이경미 학우(물리치료과 2)

최혜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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