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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비용

등록일 2017년05월24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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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동 기자
최근 한 취업포털에서 회원
91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의 결과를 공개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불필요한 돈을 써본 적 있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0%스트레스로 돈을 낭비한 경험’(이하 스트레스 비용)이 있다고 답했다. ‘순간적인 부주의로 인한 소비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소비를 한 경험(이하 부주의 비용과 외로움 비용)이 있다고 한 이들도 각각 81%, 71%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1년간의 지출 비용에 대한 응답의 평균값은 스트레스 비용이 23.5만 원, 부주의 비용이 16.7만 원, 외로움 비용이 19.9만 원으로 연평균 60만 원 가까이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스트레스 비용을 쓴 대표적인 사례는 사지 않아도 되는 제품을 굳이 구매했던 것(25%)’에 이어 온라인 충동구매하기(24%)’, ‘스트레스 받고 홧김에 치킨 시키기(19%)’, ‘평소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텐데 짜증이 나서 택시를 타기(15%)’ 순으로 많이 나왔다.

설문조사에서 눈여겨 볼 점은 사람들이 사지 않아도 되는 제품 구입, 온라인 충동구매, 치킨 시키기, 택시 타기 등에 드는 비용을 낭비 혹은 충동구매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소비는 만족감을 주는 물건을 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지칠 때 조금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소비이다. , 당장 필요하진 않지만, 삶에 윤택함을 더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일상에 작은 행복을 더해주는 소비는 이제 낭비가 돼버렸다.

현대 사회의 젊은 층은 갈수록 빈곤해지고 있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20~30대 가구의 가계 소득 증가율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청년실업률 또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자리도 없고, 일을 구했더라도 소득이 너무나도 적다. 얼마 되지 않는 수입을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모든 시간을 노동에 할애한다. 자연히 청년들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여가를 위한 시간을 내기는커녕 먹고살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에만 겨우 주머니를 열고 있다. 실주거비(월세) 지출이 26.6% 급증하고, 의류·신발 비용이 9.3% 감소, 가사용품 및 가사서비스 비용이 10.7% 감소하는 등 생존과 직결되지 않는 항목의 지출이 줄었다는 것을 같은 통계청 조사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교과서에서 배웠던 이른바 합리적 소비가 우리 자신을 그다지 행복하게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어린 시절부터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아끼라는 가르침에 청년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포기해왔다. 그러는 사이 세대 사이의 격차, 노동 계급 사이의 불평등은 더욱 깊어졌다. 이런 현상의 사회 구조적 원인인 청년실업률, 물가, 지대 상승률 등을 우리가 당장 해결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차라리 현재에 집중하고 지금의 행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가끔 예쁜 물건을 사고, 친구들과 야식을 먹고, 편한 차를 타고 움직이자. 1년에 평균 600만 원도 아닌 평균 60만 원이다. 1달 평균 5만 원 남짓한 비용이다.

스트레스 비용이라는 이름으로 낭비라고 생각하거나 자괴감에 빠지지 말고, 자신의 행복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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