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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의 위대한 개츠비 - 이현선 교수(세무회계과)

등록일 2017년05월24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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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선 교수 (세무회계과)
최근 우리나라의 중요한 경제적 이슈들 가운데 하나는 저성장이다. 물론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전 세계적 불황으로 중국 및 일부 신흥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지만, 전무후무한 고속성장을 이룬 우리나라로서는 저성장은 낯설기만 하다. 특히 저성장은 분배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를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고속성장 시기에는 국민 개개인의 절대 소득증가로 상대적으로 분배 문제의 중요성이 적었다면 이제는 더 이상 커지지 못하는 파이를 놓고 누가 얼마나 차지하는가가 우선적인 관심사가 된 것이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는 그의 저서 불평등의 대가에서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를 경고하고 있다. 빈부 격차는 교육기회의 격차, 건강의 격차, 사회적 이동성의 축소로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으며 자본주의 파국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21세기 자본론을 저술한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분배의 불평등을 가져오는 원인을 자본에서 찾고 있다.

노동소득과는 달리 자본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소수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소득에서 자본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사회는 그만큼 불평등 정도가 심해진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자본소득이 많은 고소득계층은 높은 저축률로 인해 자본의 축적이 가능하고 이를 세습함으로써 경제적 지배계층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캇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 등장하는 개츠비는 별 볼일 없던 청년 개츠비가 신분상승의 욕망을 지니고 마침내 부자가 되어 사랑하는 여인 앞에 나타나지만 결국 버림받고 죽게 되는 운명의 주인공이다. 경제학에서 이 소설의 제목을 붙인 위대한 개츠비 곡선이라는 것이 있다. 이 곡선은 여러 국가의 소득불평등도와 소득의 대물림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양자의 비례적 관계, 즉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심한 나라가 소득의 대물림 정도도 큰 것을 나타내는데 최근 연구에서 나타난 우리나라의 소득의 대물림 수준은 미국, 일본, 독일보다도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말하는 금수저론은 수치상으로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고 많은 위대한 개츠비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높은 청년실업률로 인해 자신의 노력에 비례하여 얻을 수 있는 근로소득의 획득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젊은이가 주변의 금수저나 은수저 이야기에 질투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세계 500대자산가 자수성가형 비율이 국가별로 일본 100%, 미국 68%, 인도 65%에 비해 우리나라는 16.7%로 나타나 한국의 부자가 금수저 비율이 높은 것을 보여준다. 국내 자료에서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0억원 이상 자산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상속·증여로 부를 쌓았다는 응답이 26.3%201113.7%에서 2배가량 증가한 것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한국은 더 이상 용이 나지 않는 개천이라는 자조적 표현을 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 경제에서 큰 문제는 저성장과 분배의 불평등이다. 전자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후자는 거부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미 일본이 경험하고 있는 장기간의 경기침체가 일면 자연스럽게 나타난 저성장으로의 현상이라고 본다. 분배의 불평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를 균열시킬 수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타인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인한 사회문제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도 불평등의 한 예라고 생각한다.

분배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이미 정부 차원에서는 공평한 분배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다만 문제는 정치적 이익이 아니라 얼마나 국민들 입장에서 진정성 있게 접근할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개인의 역할을 보다 강조하고 싶다. 어려운 경제적 상황 속에서 금수저론은 패배의식으로 이어지기 쉽고 원인을 타인이나 외부환경으로 돌리려 한다면 결국 해법을 찾아내기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릴 것이다. 분배의결과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본인이라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개념이다. 따라서 개개인에게 보다 자주적 경제활동이 요구된다. 특히 향후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커다란 변화는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불평등의 문제를 바꿔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물림되는 자본의 역할은 줄어들고 개인이 스스로 키우고 만들어내는 창의성과 도전정신이 요구되는 사회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여기저기 화려한 장미꽃들이 만개한 계절의 여왕, 5월에 우리나라는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전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다시 시작하는 대한민국이 국민들에게 특히 젊은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장밋빛 미래의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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