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플래쉬/다미엔 차젤레/2014
얼마 전 국내에 개봉했던 「라라 랜드」라는 영화가 있다. 아름다운 색감과 서정적인 영상, 빼어난 음악으로 국내 팬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다. 이 영화에는 오리지널 음악 외에도 다양한 재즈 음악이 사용됐다. 감독인 다미엔 차젤레는 음악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서도 재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데, 이러한 감독의 애정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감독의 전작 「위플래쉬(Whiplash)」다.
최고를 꿈꾸는 두 명의 예술가
음악대학 신입생 앤드류는 최고의 드럼연주자를 꿈꾼다. 꿈을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돼 있는 그는 어느 날 우연히 기회를 잡게 된다. 성공을 보장한다는 최고의 실력자이자 최악의 폭군인 플렛처 교수의 밴드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앤드류는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플렛처는 앤드류에게 폭언을 하고 학대에 가까운 연습을 시키며 끊임없이 자신을 만족시키기를 원한다. 플렛처의 밑에서 좌절감과 성취감을 맛보며 천재성에 대해 과도한 집착을 보이던 앤드류는 몸이 망가지고 나서야 그가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떠나버린다. 시간이 흐른 후 교직을 떠난 플렛처는 본인의 방식이 한계를 넘는 걸 도와주길 바라서였다며 앤드류에게 화해를 청하고 둘은 다시 한번 무대에 함께 선다.
매력적인 재즈
「위플래쉬」를 소개하자면 우선 재즈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재즈는 흑인 음악에서 유래한 장르로 흑인음악의 감각이 미국, 유럽의 악기와 만나 탄생하게 됐다. 행진음악이나 댄스음악을 거쳐 서서히 발전해 지금은 감상만을 위한 음악으로도 사용돼 카페나 영화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다. 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재즈 특유의 리듬에서 나오는 박자감과 활력, 연주자에 따라 달라지는 개성과 즉흥연주다. 하나의 리듬에서 시작해서 다른 리듬으로 바뀌기도 하고 각자 따로 연주하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하나의 곡을 연주하는 점이 재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위플래쉬」는 재즈를 영화에 삽입하는 것을 넘어 이야기 자체로도 재즈의 매력을 보여준다. 영화 내내 삽입된 재즈 음악과 드럼 소리의 긴장감은 더욱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재즈를 닮은 이야기
완벽하게 자신을 만족시키길 바라며 본인의 방식을 강요하는 플렛처와 그를 따라가며 광기에 가깝게 질주하는 앤드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재즈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거나 늘어지기도 하고 각자의 길로 갈라서기도 하며 가혹하게 자신을 몰아치기도 하는 재즈의 자유분방 하면서도 치열한 연주와 닮아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 것 같았지만 결국엔 위대한 천재성을 꽃피우는 둘의 모습은 천재의 탄생을 그린 다른 영화들과도 확실히 다르다. 보통의 성장 이야기가 인물 간의 인간적인 모습에서 오는 감동을 다룬다면, 「위플래쉬」는 일체의 감동을 배제한 채 예술의 완성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채찍질(whiplash)하는 소리를 의미하기도 하며 노래 제목이기도 한 영화 제목처럼 둘은 서로와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한계를 초월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향해 달려간다.
치열함으로 완성된 예술
결국 마지막 연주에서 새로운 경지에 발을 디디며 플렛처를 압도하는 앤드류의 독단적인 연주와 그 모습을 보고 마침내 만족하는 플렛처의 모습으로 이 이야기는 완성된다. 하지만 이 둘의 완성은 언뜻 폭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인간적인 관계를 버리고 미친 사람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서야 완성된 예술은 완벽할지언정 결국 그 순간이 끝나고 나면 둘에게는 무엇이 남을지,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영화는 끝끝내 보여주지 않는다. 옳고 그름을 떠나 치열함으로 완성된 예술이 아름다운지 어떤지는 「위플래쉬」를 보는 이들의 판단에 맡긴다.
조유동 기자 heystone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