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한 지가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한데 신입생들은 벌써 한 학기가 끝나고 첫 방학이 왔다고 좋아하고 있다. 재학생들에게도 몇 번씩 보냈던 대학 생활의 방학이지만 두 달 가령의 자유시간을 반기지 않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해야 할 공부와 매일 학교를 나온다는 그 자체를 즐거움보다는 일종의 부담으로 생각했기에 학교생활로부터 벗어나는 홀가분한 마음을 모두 느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방학이 마지막 여름방학이 되는, 내년 2월에 졸업예정자인 고학년 재학생에게는 홀가분한 마음에 앞서 방학 때에 꼭 해야 하는 현장실습을 전공 관련 업체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 현장실습은 학교에서 배운 전공기술의 부족한 부분을 기업 현장에서 보강하고 학습한 것을 현장에서 적용해보고, 또 기업체의 업무를 개략적이나마 파악하는 기회가 된다. 그래서 현장실습을 통해 국내업체에서 요구하는 전공기술 수준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현장실습에 어느 정도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따라 각자가 받는 느낌은 다르게 될 것이며, 졸업 때 취업할 분야에 대한 방향도 실습을 통해 설정할 수 있게 된다.
방학 때만 가능한 학생들의 활동 중에는 우리 대학의 글로벌챌린지, SGLT 프로그램 등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 의하여 유럽, 미국, 일본 등지로 활동을 떠나는 학생들은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이 따르게 되며, 각 과별로 한 두 명이 참여하는 베트남의 봉사활동은 해외 봉사의 참 의미를 찾으며 보람을 느낄 기회가 되어야겠다.
이와 같이 방학 중에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들이나 해외활동, 봉사활동, 해외 어학연수 및 전공연수를 떠나는 학생, 용돈이나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하기, 국내·외 여행하는 학생 등 각자에게 방학의 가치는 다양하다. 이런 활동 속에서도 두 달이나 되는 방학은 많은 날짜가 있다고 막연히 하루 이틀을 보내다 보면 어느 틈에 방학은 다 지나고 어느덧 개강이 다가올 것이다. 그러므로 별로 의미 있는 활동도 하지 않은 채 방학이 그냥 지나가지 않도록 방학 계획을 세워야만 ‘지난 여름방학은 내게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방학을 되돌아볼 수 있어야겠다. 개강할 때쯤 학생들에게 앙케이트로 ‘방학을 통해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전공 공부와 자기계발서, 교양서적 등의 독서를 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전공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원이나 집중학습을 하기도하고, 외국어 실력을 높이려고 노력한 학생들이 있다. 반면에 정말 책은 한 권도 읽지 않고 막연히 그 긴 시간을 보냈다는 학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학이란, 특히 대학생에게는 자신이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아주 긴 소중한 시간이다. 사람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늘 미래를 보면서 준비할 줄 아는 존재이기에 동물과 다르다. 또한, 자신이 독립된 의지를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사람은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게 되는데, “더 훌륭한 목적과 미래를 위해 현재를 생각하고 지금 당장 원하는 것들을 포기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변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 말은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에 의해 현실에 안일함을 뛰어넘어 미래를 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이번 방학을 맞은 대학생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하고, 어떤 준비를 대학 재학 중에 해야 하는지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에 ‘지금 나’는 앞으로 갈아갈 ‘미래의 나’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계획표’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계획표는 나 아닌 어느 누구도, 심지어 부모도 나에게 해 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나의 계획표는 오직 자신만이 할 수 있다. 여행을 떠날 때 아무런 계획표 없이 떠나는 여행은 고생으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듯이 나의 인생 여행의 계획표를 이번 여름 방학에 확립하자. 미래의 설계도에는 자신의 목표가 들어 있을 것이다. 미래의 설계도를 자기 주도적(proactive)으로 완성하고, 그것을 추진해 나갈 때 나의 꿈도 조금씩 실현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손에 잡히는 큰 목표가 아닐지라도 그 목표를 위해 준비하는 방학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