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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 이영아 교수(바이오동물전공)

등록일 2017년06월28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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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아 교수 (바이오동물전공)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유해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출시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사용했던 사람들이 기도손상, 호흡곤란, 기침, 폐 섬유화 등의 폐 손상을 입었거나 사망한 사건이다. 실제로 2011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가습기살균제에 대한 흡입독성실험을 진행한 결과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실험용 쥐에서 호흡이 가빠지거나 체중이 감소하고 폐 조직에서도 폐 섬유화와 같은 이상 징후들이 나타났다. 1997년에 최초로 출시되어 2011년까지 연간 60만 개 가량 판매된 제품에 대한 유해성 검사가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후에야 진행된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가 판매되기 전 살균제 원료물질에 대해서 실험동물을 이용한 흡입독성 실험만 제대로 진행되었다면 이러한 사고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적 관심이 증대되고, 화장품 독성 평가에서 동물실험이 금지됨으로써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인정한 대체시험법을 이용하여 동물실험을 대신하고 있다. 토끼 눈 점막에 화학물질의 자극성을 평가하는 드레이즈(Draize) 시험법을 대체하기 위해 HET-CAM(Hen’s Egg Chorio-Allantoic Membrane) 시험법을 이용하고 있다. HET-CAM 테스트는 토끼의 눈 대신 유정란에 화학물질을 적용했을 때 나타나는 혈관 반응으로 안 점막 자극시험을 한다. 동물실험보다 윤리적이라는 점과 사육관리에 드는 비용과 노동력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유정란 혈관 반응만으로는 인간의 각막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붓거나 눈물이 나거나, 눈곱이 생기거나 혹은 어두침침해지는 등의 다양한 현상을 확인할 수는 없다. 그 외에도 다양한 연구 및 학술활동을 통해 동물실험 대체법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동물실험만큼 정확하지는 않다.

동물을 이용하여 실험하는 것은 필자도 매우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유해성이 검증 되지 않은 제품을 우리 아이에게 사용하거나 무독성량, 최소작용량, 최소독성량, 최대 내성량, 반수치사량 등의 독성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신약을 바로 환자에게 사용할 수도 없다. 분명 비윤리적인 방법이지만, 동물실험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법을 개발하여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나는 동물실험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없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회적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요구되는 악이라는 의미로 동물실험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모든 연구원 및 과학자들은 동물실험을 할 경우 대체(Replacement), 감소(Reduction), 개선(Refinement)을 의미하는 실험동물의 복지 3R’을 준수하여야 한다. 동물실험으로 희생되고 있는 실험동물도 소중한 생명체이기에 불필요한 동물실험은 줄이고, 실험에 필요한 최소한의 동물 수를 이용하여(Reduction), 실험동물들이 최대한 안락하면서 고통스럽지 않게 생활할 수 있도록(Refinement)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노력은 실험동물의 복지뿐만 아니라, 재현성 있으면서 정확한 실험결과를 얻을 수 있어 우리나라 과학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험동물의 복지 3R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실험동물기술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즉, 바이오동물전공 학생들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

실험동물은 정상적인 서식지가 아닌 실험동물시설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가능한 범위에서 각각의 종 특이적인 행동들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하는데, 동물에 대해 전공하지 않은 연구원은 실험동물의 주거 및 생활환경을 개선해 좀 더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조차도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이라고 느낄 것이다. 바이오동물전공 학생들은 다양한 동물 종의 생리학적 특징, 사육관리 방법, 번식, 실험기법 등에 대해 공부하면서 동물 종별로 특징을 고려하여 실험동물의 주거 및 생활환경을 개선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병원에서 간호사 테크닉에 따라 근육주사에 대해 환자가 느끼는 통증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바이오동물전공 학생들은 동물의 통증과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방법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동물실험은 동물과 과학에 대해 전공한 사람이면서,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하여야 하며, 그래야만 진정한 실험동물의 복지, 3R을 실천할 수 있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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