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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에 한 걸음 더-한효진 학우(치기공과 3)

등록일 2017년09월13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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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기공과에서는 지난 여름방학을 이용해 치기공과 교수님 6명과 2학년, 3학년 학생 16명을 포함해 총 22명의 봉사단원이 캄보디아 프놈펜의 헤브론 병원으로 의치 무료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이외에도 K-POP, 태권도 시범, 풍선아트를 준비했고 페이스 페인팅 등 다채로운 문화 활동을 펼치고 국위를 선양했습니다.


봉사활동을 가기 전에는 그저 캄보디아를 동남아에 앙코르와트가 있는 나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1975년에서 79년까지 공산주의 정권 크메르루주가 노동자와 농민의 유토피아를 건설한다는 명분 아래 당시 인구의 4분의 1200만 명의 지식인과 부유층을 학살한 킬링필드라는 슬픈 역사를 안고 있었습니다. 현재도 그 아픔이 계속되고 있어 많은 도움이 필요한 나라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치기공과에 입학하던 때의 목표를 이루는 첫 해외 봉사활동을 떠나는 날은 설렘도 있었지만, ‘가서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을까?’, ‘무더운 날씨에 내가 지치지 않고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도움이 아니라 짐만 되고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에 비행기 안에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밤 11시가 넘고 비행기에서 내려 캄보디아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피부로 느껴진 한국과 큰 차이 없던 시원한 공기에 긴장하지 말고, 걱정을 앞세우지 말고, 내가 있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월요일부터 환자들과 만나 봉사하게 될 헤브론 병원에서 순서에 맞춰 재료를 하나하나 책상에 풀어 놓을 때, ‘내가 이 과정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 ‘내가 만든 틀니는 어떤 모양일까?’ 등 나름 다짐하며 기대했던 생각들이 월요일 당일, 환자들을 마주하며 많이 바뀌었습니다. 치료실에서 직접 마주한 환자들의 치아와 구강 상태는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매우 좋지 않았고, 그들의 구강을 본뜬 모형은 학교에서 보았던 전형적인 모형과는 정말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 모형들을 보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실제로도 교수님의 많은 도움을 받고서야 치아 배열을 할 수 있었습니다. 와이어를 접고, 왁스림을 만들고, 치아 배열을 하고, 큐링과정과 다듬으며 퍼미스와 마무리 광택을 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무엇 하나 온전히 한 사람의 몫을 해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발 전 많이 연습하지 못하고 온 자신이 조금 원망스럽고 후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환자가 돌아간 후에 더욱 많은 것을 연습하고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하며, 그곳에 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환자에게 더 나은 틀니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3시간 반 동안 일한 화요일의 고된 일정으로 지쳐있던 몸과 마음은 수요일에 마주한 환자들의 웃음과 고마움을 보며 되살아났습니다. 내가 담당하며 만들었던 틀니가, 밝은 빛 아래에서 눈을 감고 입을 벌리며 진료 의자에 누워있는 환자에게 잘 맞아 들어가 장착됐을 때, 그 느낌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습니다.


앙코르와트에 있는 왕의 계단, 귀족의 계단, 평민과 노비들의 경사 길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이 있습니다. 옛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평민과 노비들에게 그것을 알게 해주고, 느끼게 해 주었던 사람은 귀족이 아닐까? 어느 깨어 있는 귀족의 따스한 행동과 나눔 하나가 있었기에 그들이 알고 생각했으며, 훗날 수많은 사람이 알게 되면서 생각하고, 더 나은 삶을 누리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진 않았을까? 이번 캄보디아에서의 봉사활동에서 만났던, 이가 빠진 후에 잇몸으로 살아야 했던 스물세 명의 사람에게 더 나은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을 겁니다. 그들의 가족과 주위의 이웃도 알게 되며,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제가 그런 작은 활동에 동참하게 됐다는 것에 많은 보람을 느낀 봉사활동이었습니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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