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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의 의상을 통해 본 패션으로서의 신한복-이진민 교수(섬유의상코디과)

등록일 2017년09월13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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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전통한복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최근 온라인 동영상 업체 넷플릭스의 전액 투자
,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시도에 따른 배급사 갈등, 최초의 온라인 기반 칸 영화제 진출작 등 문화 산업의 다방면에서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개봉했던 영화 옥자, Okja는 그 유명세답게 많은 이야깃거리를 생산하였다. 본 글에서는 옥자, Okja의 영화 의상 중 특징적으로 발견되는 신한복 스타일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 의상은 영화의 줄거리, 각본을 보조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우리는 영화 의상을 통해 등장인물의 성격, 시대적 배경, 스토리 이해에 대한 도움을 받는다. 따라서 영화 의상은 스크린 속에서 과함이나 부족함 없이 적절해야 한다. 적절한 의상 선택은 영화 속에 녹아들어 영화의 흐름을 유연하게 하지만, 과하거나 부족하게 되면 관객은 시각적 어색함을 곧바로 느끼게 된다.

영화 옥자로 들어가 보자.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는 동물 학대의 여론에 부딪힌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미자(안서현)와 옥자의 상봉을 주선하는 계획을 세운다. 루시 미란도는 미자를 뉴욕으로 초대하면서, 환영의 의미와 동화와 화합의 의미를 담은 무대의상을 준비하는데, 그것은 한복을 연상케 하는 스타일의 의상이었다. 봉준호 감독과 수차례 함께 작업하며 의상을 담당해 온 캐서린 조지의 관점이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우리는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이 의상이 전통 한복이 아닌 샤넬의 ‘2016 크루즈 컬렉션 피날레의상이기 때문이다.


 

2015년 당시, 서울 DDP에서 열렸던 샤넬 크루즈 컬렉션 작품에 대한 의견은 전통한복을 잘 이해했다겉모습만 한복을 차용한 깊이 없는 컬렉션이다등 많은 논란을 야기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논쟁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적어도 옥자에서 보여준 샤넬의 의상은 그 선택이 탁월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한국적 정서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루시 미란도와 미자가 전통한복을 맞추어 입었다면, 그야말로 영화 의상으로서 과유불급의 패착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한복 스타일이 바로 세계인이 인식하는, 그리고 우리가 인식해야 하는 패션으로서의 신한복이며, 신한복 스타일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의 일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인의 관점에서 한복은 그저 새로운 스타일을 접하게 되는 매체일 뿐, 한국을 대표하거나 한국인을 상징하는 것으로 강요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2014, 서경덕 교수가 뉴욕 타임스에 실은 불고기 광고가 미국 내에서 비판 일색으로 혹평을 당한 것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야구선구 추신수가 불고기를 들고 있는 이 광고는 시장에 대한 이해, 문화 DNA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한국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애국심이 강하게 넘쳐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연관적 사고와 분류적 사고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미국 미시간대의 리처드 니스벳 박사는 아시아 출신과 서양 출신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숭이, 바나나, 호랑이 중 서로 연관성이 깊은 단어 두 개를 짝지어 보라고 했는데, 아시아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원숭이와 바나나를, 서양 학생들은 원숭이와 호랑이를 짝지었다. ‘바나나를 먹는 원숭이라는 관계 중심적 사고를 하는 아시아권 학생들과 동물이라는 범주 분류 위주의 사고를 하는 서구권 학생들의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서양 복식인 재킷과 팬츠, 스커트를 디자인하기 위해 서양 복식의 역사를 줄줄이 연구하고, 그들의 정서를 일일이 관계 중심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신한복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전통, 한복을 대하는 마음가짐,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 한국적 정서에 대한 공감, 모두 좋은 말이다. ‘패션아이템의 범주가 아닌, 변함없는 형식의 전통한복에 한해서 말이다. 그러나 신한복에 대한 인식은 세계적 관점에서 하나의 패션 스타일로서, 그리고 신한복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데에 있어서 전통한복은 디자인 영감의 원천의 역할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전체 패션시장규모 대비 한복시장의 비중은 2014년 통계 기준으로 2% 정도로 매우 미비하나, 최근 3~4년 사이 고급 전통한복이 아닌 신한복’, ‘패션 한복’, ‘데일리 한복’, ‘캐주얼 한복’, ‘디자인 한복’, ‘로드 한복’, ‘퓨전 한복등의 슬로건을 내세우는 브랜드가 다수 등장하였다. 현재 10~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넓혀가는 추세이며, 앞으로 내수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도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필요한 것은,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신한복에 대한 자유롭고 유연한 인식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뉴욕타임스의 불고기 광고처럼 신한복은 이상한 스타일로 억압된 채 디자인될 것이고, 그것은 세계인의 시야에서 벗어난 매력 없는 패션 상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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