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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혈인간이 돼라-송기엽 작가

등록일 2017년11월01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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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24, 원로 전문사진작가인 송기엽 작가는 평생 촬영한 자생생물 사진 슬라이드 필름 4만여 장과 카메라, 도서, 작업 신발 등 다양한 사진 활동 관련 물품을 우리 대학에 기증했다. 송 작가는 사람들에게 대꼬챙이라 불릴 만큼 꼿꼿한 사람이었지만, 자신의 작품과 물품에 대한 애정만은 남달랐다. 송 작가에게 작품과 물품은 피와 살과 같은 존재였으며, 자기 자신이었다. 어떻게 자신의 땀과 열정, 모든 젊음을 바친 것을 신구에 내놓을 수 있었는지 알기 위해 송 작가를 사진의 거리인 충무로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어떤 계기로 사진작가를 시작하게 됐는지 물었다.

집안의 매부가 사진작가셨습니다. 1940년경 사진을 배우러 도쿄를 다녀오곤 하셨는데, 그 영향을 제가 고스란히 다 받았습니다. 사진에 입문하신 매부가 사진이 어렵다는 것을 몸소 겪어 사진작가가 되겠다는 저를 극구 말리셨으나 반대하면 더 하고 싶고, 하고 싶은 걸 막는다고 안 하는 것도 아니었죠.”

송 작가는 매부가 자신을 말리기 위해 사진과 관련된 책은 모두 꼭꼭 숨겨 자물쇠를 채워놓기까지 했지만, 매부가 가졌던 사진가로서의 태도, 몸짓에 엄청난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 송 작가는 사진작가 중에서도 자생식물의 원로 전문사진작가로 불리는 만큼 자생식물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국가에서 부름을 받고 ‘S’ 전자의 지원을 받아 한라에서 백두까지의 식물을 기록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습니다. 탐사할 팀원들이 정해지고 마라도부터 휴전선까지, 지그재그로 빠뜨리지 않고 다니는데 꼬박 1년이 걸렸죠. 다음에는 휴전선에서 만나 북한을 1년간 탐사하기로 했는데, 북한과의 소통이 갑자기 단절됐습니다. 그때, 북한 안쪽의 산들은 가보지 못하고 홍콩으로 우회해 백두산을 간신히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탐사를 시작할 때는 사진작품 살리기에 바빠 처음에는 식물들의 이름을 외우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일 같이 기록한 사진을 보내고, 식물학자들과 동행한 탐사여서 자생식물에 대해 많이 알게 됐습니다.”

이후 자생식물에 푹 빠져 일평생을 바친 송 작가가 국립박물관이나 다른 곳이 아닌 우리 학교의 박물관을 택하여 자신의 인생을 담은 것들을 바친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전부터 신구와는 인연이 있습니다. 신구대학 사진과의 교수직도 제안받았었으나, 그 당시 너무나도 바빠 그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신구의 총장님, 이사장님과의 교류가 계속 있었고, 그분들의 정성과 인간미에 감동해 신구에 모든 것을 기증하게 됐습니다.”

송 작가는 자신의 땀 냄새가 고스란히 배어있는 분신과 같은 물품들이 모두 신구에 있기 때문인지 죽으면 뼛가루가 되어 우리 대학 식물원 뒷산에 뿌려지고 싶다고 했다. 뼛가루로 뿌려지면 공중에서라도 볼 수 있을까 싶은 마음 때문이라 했다. 어쩐지 그 마음에 가슴이 찡해져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송 작가가 후학들에게 해줄 얘기가 있는지 물었다.

송 작가는 새롭게 시작하는 후학들에게는 기회가 된다면 직접 강의를 하고 싶다 전하면서, 마지막으로는 강조하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제가 후학들에게 바라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매 순간의 예술은 다시 돌아올 수 없습니다. 그 예술을 사진 속에 담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냉철해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남들보다 한발 앞서길 바랍니다. 이른 새벽에 다녀보고, 남들보다 행동한다면 남들과는 다른 예술성을 찾아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최아림 기자 carrier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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