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작년 이때쯤이었다. 평소에 잘 읽지 않던 책에 관심이 가게 된 것은 사소한 이유였다. 무료했던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우연히 친구들과 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책이나 한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읽을 만한 책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책은「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책이었다. 예전부터 도서관에서 한번 빌려보고 싶던 그 책은 워낙 인기가 많은 도서여서 여러 도서관에서도 대출받기 힘들었다. 그 이유로 때마침 돈에 여유가 생겨 내 돈으로 산 몇 안 되는 책이 됐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3인조 빈집털이 도둑이 새벽 동안 은신처로 삼은 나미야 잡화점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과 여러 단편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은 모두 극단적이었다. 부모님의 죽음, 부모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어린 나이에 가출해 보육원에 맡겨지거나 올림픽 출전 준비 중 남자친구가 암에 걸려 사망선고를 받는 등 3인조 도둑이나 상담자들 모두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인상 깊은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아마추어 뮤지션인 ‘가쓰로’의 이야기일 것이다. 생선가게 집안에서 태어난 가쓰로는 청소년기에 음악에 빠져들어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시에서 대학을 중퇴해 아마추어 뮤지션으로 살아가던 중, 할머니가 돌아가셔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곳에서 발견한 아버지의 노쇠한 모습, 가쓰로는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 상담을 하고 가업을 이을 것인지 자신의 꿈으로 달려갈 것인지 고뇌하게 된다. 마지막 고민 상담의 답변을 받고 아버지와 사나이 대 사나이로 음악이라는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남길 것을 약속한 뒤 다시 도시로 떠나게 된다. 아동보육원에서 연주를 해오던 어느 날, 화재가 발생한다. 자신의 동생이 아직 건물 안에 있다고 소리치는 아이의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건물에 다시 들어가 동생을 구출했으나 자신은 온몸에 화상을 입어 죽게 된다. 죽기 직전에 잡화점에서 들은 ‘당신의 노래에 구원받는 사람이 있어요’를 떠올리며 ‘발자취는 남긴 거지?’라고 아버지를 생각하며 가쓰로의 생은 끝이 난다. 이후 구해준 동생의 누나가 가수가 되어 가쓰로의 자작곡을 부르며 에피소드를 끝맺는다. 분명 감동적인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주인공에게는 수년간 외길 음악 인생을 살아왔던 그 모든 것이 헛된 것이라고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죽기 전 아버지에게 ‘발자취를 남긴 거지?’를 반복하며 말한 것을 보면 남겨질 부모에 대한 걱정과 확실하지 않은 자신의 영향 등 불안에 떨며 세상을 떠난 것 같았다. 감동과 함께 씁쓸한 이야기였다.
작가에 대해서 알아보니 원래는 주로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였다. 추리소설과 동떨어져 보이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쓴 것도 놀랐지만 자칫 잘못하면 지루한 전개가 될 수 있던 글을 3인조 도둑이 고민을 받고 답장만 하는 형식이 아닌 시점을 바꿔 스토리가 진행되고 ‘환광원’이라는 보육원의 모든 등장인물을 연결해 끊임없는 이야기를 전개했다.
나미야 잡화점이 모든 상담자에게 전한 것은 실질적인 도움도 조언도 아닌 그저 투박하고 차가울 수도 있는 한마디였다. 주변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배려라는 태도와 자신이 외면하는 현실의 직시를 알게 해준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상담은 나에게는 ‘구원’으로 보였다.
김근원 기자 z101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