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는 늘 식물이 있다. 텔레비전 앞 화분으로 시작해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지각해 캠퍼스 안을 뛰어가는 길 옆에도 말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때 되면 꽃구경을 가고 잔디밭에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가을엔 석양처럼 붉게 단풍 지는 모습을 보며 설레고, 겨울엔 앙상한 나뭇가지와 마른 나뭇잎을 밟으며 ‘바스락’ 소리를 즐기기도 했을 것이다.
이렇게 식물은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고 늘 그 자리에 있어 준다. 하지만 사계절 한결같은 모습으로 늘 한 자리에 머물러 주는 것도 있다. 짐작이 가는가? 태양빛이 내리쬐는 뜨겁고 건조한 곳에서 단 하나 초록색을 띄는 식물. 신구학보 313호에서는 다육식물 중 하나인 선인장을 소개하려 한다.
사계절 함께하는 푸름
모두가 한 번쯤은 키워봤을 식물은 다시 말해 모두가 한 번쯤은 죽여 봤을 것이라는 말이 된다. 그게 집안 한구석을 지키던 공기정화 꽃이던, 초등학교에서 다 같이 키운 토마토건 말이다. 하나에서 열 개 안팎으로 식물을 다시 흙으로 보낸 사람은 “내가 키운 건 다 죽었어”라며 친구와 공감하기도 한다. 그만큼 식물을 기르기에는 꾸준한 관심과 정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매일 햇볕 드는 곳으로 화분을 옮기고 말을 건네며 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느냔 말이다. 어쩌다 물 한 번 줬는데 알아서 쑥쑥 커 주면 얼마나 좋은가.
그런 현대인을 위한 식물이 바로 선인장이다. 뜨겁고 척박한 사막에서만 사는 것이 아니냐는 말은 넣어두길 바란다. 요즘은 품종개량 된 선인장이 무수히 많다. 아마 당신이 아는 선인장도 품종개량종일지도 모른다. 또한, 일반 선인장보다 품종개량 선인장의 선호도가 더 높다. 그럼 이제 키우기 쉽고 예쁜 선인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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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귀가 쫑긋! 백도선
소제목에서 눈치 챘을 것이다. 토끼 모양의 선인장이라는 것을! 타원형의 살짝 큰 몸통 위에 보다 작은 2개의 귀가 쫑긋하고 솟아 있는 흰색의 솜털 같은 가시를 가진, 선인장 ‘백도선’이다. 다육식물의 장점은 관리가 편하다는 점이다. 해드는 곳에 두고 한 달에 한 번 줄기가 쭈글쭈글 거릴 때 물을 주면 된다. 단, 겨울엔 물주는 시기를 더 길게 잡아야 한다. 따뜻한 여름엔 손바닥만한 화분에 작은 토끼 두 마리를 키우고, 남모르게 생겨난 새끼들을 하나 둘 씩 발견할 때면 이만한 기쁨이 없다. 백도선은 초보의 선인장 입문용이나 선물용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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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접목 선인장, 비모란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선인장은 뾰족한 가시가 박힌 초록색의 단단한 원통형 식물일 것이다. 이런 선인장이 피워낸 꽃은 사막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꽃이 피지 않아도 꽃 같은 색을 띠는 선인장이 있다. 바로 ‘비모란’ 선인장이다. 목단옥의 변종으로 붉은색이 발견돼 비모란이라는 이름이 지어졌지만, 현재는 노란색, 주황색, 분홍색까지 개량됐다. 예쁜 색감 때문에 주로 가게 인테리어나 가정용으로 많이 키우며, 다른 색의 비모란 2~3개를 일렬로 배치하면 예쁨이 한층 업그레이드된다. 비모란이 접목 선인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삼각주 선인장에 색이 있는 동그란 선인장을 접목시킨 개량종이기 때문이다.
생명은 소중히
선인장은 다육식물이다. 다육식물이란 건조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줄기나 잎에 물을 저장하는 식물을 말한다. 즉, 수분이 많고 습한 곳에선 생존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육식물에게 물을 한가득 주면 어떻게 될까? 무지해서건 귀찮아서건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후부터 내 선인장을 볼 수 없다는 것을.
몰랐다면 알려주겠다. 다육식물에게 물을 줄 땐 겉흙이 젖을 정도면 된다. 특히, 위에서 소개한 두 선인장은 말라 죽는 것보다 물러 죽는 일이 많으니 게을리 주는 편이 낫다. 또, 줄기나 잎에 물이 닿지 않게 주의하자.
따스한 햇볕과 바람에 적당한 수분만 있다면 새끼가 하나둘 늘기 시작할 것이다. 처음 본 새끼에 당황치 말고 ‘잘 키우고 있구나’하면 된다. 생명은 크기와 가치를 떠나 모두 소중하다. 그것이 비록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것일지라도 존중하고 아낄 줄 알아야 함을 잊지 않길 바란다.
임정연 기자 tlqdnjs45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