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의 어수선함 속에서 새 학기는 시작됐다. 이어지는 태풍 소식 속에서도 캠퍼스는 방학에서 돌아온 젊음으로 활기가 가득 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새 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지난 학기와 방학을 잘 보낸 학생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최선을 다하지 못한 아쉬움과 심한 경우 학과 선택에 대한 의구심으로 한 학기를 시작한다. 사실 우리는 실패를 맛보거나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 전부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극단적인 생각에 빠지기 쉽다.
현대 심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프로이트는 우리 마음속에는 이드, 초자아, 자아라는 세 가지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이드(id)는 공격적이고 쾌락을 추구하는 원시적 충동이고, 초자아(superego)는 이드에 대항하는 내면화된 사회적 제약이다. 자아(ego)는 이드와 초자아의 요구, 그것들의 갈등, 그리고 현실 사이에서 협상하고 조정하는 일을 수행한다. 여기서 초자아는 ‘이것을 하자 마라’,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로 양심, 도덕, 윤리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은 사회를 유지시키는 힘이 되기도 하고, 우리가 높은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자아를 독려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초자아의 요구가 지나쳐 현실적으로 그것을 이룰 수 없는 경우 우리는 무기력, 지나친 죄책감, 좌절 등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잘하며, 실패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또한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과 성격이 다 다르다. 그런데 우리 사회와 주변의 사람들은 열심히 하면 못 할 것이 없다는 완벽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종종 그런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여 우리는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스스로 자신의 무능이나 실패를 혹독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하는 사람들은 그와 유사한 상황에서도 다른 태도를 갖는다. 그들은 높은 꿈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 깊이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한계를 기꺼이 인정하며,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에 최선을 다한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즐기고, 자신의 결점을 가리는 방어적 행동에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이십일이 지났다. 과거의 실패가 현재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미래의 도전에 부정적 신호로 작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세상은 성공과 실패, 환희와 좌절이 공존한다. 우리의 초자아는 완벽하고 확실한 승리를 원하기 때문에 그러한 모호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우리 앞에는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이야기해야한다. 자신의 내면에서 올라오는 요구와 그 역동성을 이해하고 그것들과 화해하는 과정, 그것이 우리의 성공적 삶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