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준영 교수 (글로벌경영과)
2017년 글로벌 500대 기업 중에서 순위에 오른 기업 중 17위를 차지한 곳은 삼성이다. 삼성은 1953년 부산에 제일제당을 창립하면서 그룹의 창립이념 중의 하나를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 정했다. 사업보국은 사업을 통해 한국전쟁의 참담한 현실을 딛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자는 기업설립 이념으로 정한 것이다. 이러한 삼성의 사업보국은 기업차원의 사업이념으로만 그치고 만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제일제당의 모든 직원들에게도 사업이념이 녹아있었던 것일까?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삼성그룹의 故 이병철 회장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당시 제일제당은 설탕을 생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를 수입했다.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만들기 위해 여러 번의 공정을 거치고 나면 사탕수수 폐기물이 남았다. 어느 날 새벽에 일찍 출근한 이병철 회장은 기이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한 젊은 직원이 폐기물이 되어 버린 사탕수수를 리어카에 싣고 어디론가 가는 것이다. 이를 유심히 지켜본 이 회장은 며칠 동안 새벽에 출근하여 그 직원의 행동을 관찰하였다. 폐기물이 된 사탕수수를 싣고 매일 어디론가 사라지는 직원을 보고 ‘사업보국을 기업설립 이념으로 내세워도 공장 내부에 도둑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 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젊은 직원은 사탕수수 폐기물을 인근 화력발전소의 땔감으로 판매하고, 판매금액 전액을 회사에 입금하고 있었다.
큰 오해를 하게 된 이 회장은 어느 날 회사에서 평소 눈여겨본 젊은 직원 두 명을 자신의 방에 불렀다. 사탕수수 폐기물을 판매하여 회사에 입금해왔던 직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평소에 성실한 것으로 소문이 났던 다른 직원에게 물었다. “자네는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는 “제일제당에서 돈을 벌어 제일제당의 제1호 대리점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이 회장이 사탕수수를 발전소에 땔감으로 판매해온 직원에게 물었다. “자네의 행동을 계속 지켜봤네. 자네는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 젊은이는 “저는 저축을 해서 회장님처럼 사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이 말을 들은 이 회장은 성실히 일해온 젊은이에게 제일제당 1호 대리점의 권한을 주었고, 사탕수수를 판매해온 젊은이에게는 이때까지 판매한 사탕수수를 창업자금으로 지원하였다.
후에 제일제당 1호 대리점을 맡았던 직원은 오늘날 맥심 커피 브랜드로 유명한 ’동서식품‘ 창립자가 되었고, 사탕수수를 판매한 젊은이는 ‘좋은데이’로 유명한 경남마산지역의 ‘무학소주’ 창립자가 되었다. 아쉽지만 이러한 일화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삼성이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이 된 기초에는 사업보국이라는 이념 아래 창업보국의 깊은 뜻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지금 세상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열풍에 휩싸여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트렌드에 맞추어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인 삼성을 만든 사업보국의 기저에 창업보국이라는 깊은 뜻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17년 신구 엑스포에서 글로벌경영과는 전 학년을 대상으로 창업경진대회를 준비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도 훌륭했지만 짧은 시간에 준비하고자 하는 열정이 놀라웠다. 학생들이 준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지원하면서 다시금 창업보국(創業報國)의 의미를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가의 최대 과제, 아니 전 세계적으로 최대 이슈가 된 청년실업. 창업은 이제 몇몇 사람들의 아이디어, 학교에 다니며 한 번쯤 시도해봄 직한 학문적인 시도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이에 우리 대학에서는 전체 교직원과 학생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제2의 창업보국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엑스포를 통해 우리 대학이 새로운 창업보국의 역할을 충분히 해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에게는 열정이 있고, 젊음이 있다. 우리 중에는 미래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세울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학생들이 있다. 이번 2017년 신구대학교 엑스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리드할 창업보국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창업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열정, 근면 성실함이 꾸준히 이어져야 그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우리 대학의 엑스포를 통해 창업보국 실현이 성큼 더 다가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