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서로 다름을 이해하며 사랑과 소통으로 하나 되는 신구가족 - 항공서비스과 이지민 교수

등록일 2012년09월18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항공서비스과 이지민 교수

항공사 객실승무원이라는 직업덕분에 참 많은 곳을 다녔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지금도 세상 어떤 곳을 가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 간다 해도 큰 부담 없이 담대하게 걸음을 나설 수가 있고. 또 내가 경험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늘 감사한다.

신구대학교 학보의 소중한 지면에 어떤 글을 적을까. 잠시 행복한 고민에 잠긴다.

우리대학은 학생들에게 세계를 품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글로벌역량을 키우는 유익한 프로그램들이 다양한 것으로 안다. 미리 세상구경을 많이 한 선배로서 실제 경험한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이 이야기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매너 강좌에서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도입부분에 잠시 나누기도 했었다.

1994117일 늦은 저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날 아침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을 위해 L.A의 한 호텔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그날 그 시각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하이웨이를 두 동강나게 만드는 진도 6.7규모의 강진이 있었다.

잠결에 식사 서비스를 마치고, 비행기 벙커에서 맞이하는 꿀맛 같은 취침시간, 객실승무원들 잘 자라고, 아기요람처럼 살랑살랑 비행기를 흔들어주시는 기장님의 선물(turbulence)인줄 알았는데...

잠이 깨고, 5초 동안 세상은 조용했다. 전기와 전화선도 모두 나간 상황, 이곳저곳 웅성이는 소리만 들렸다. SF영화에서 보던 지구의 종말이 이런 건가!

마침 내 룸메이트였던 동기가 일본체류 시 지진경험이 있는 터라 동기의 꼼꼼한 지휘에 따라 우리는 여권과 귀중품만을 가지고 비상구를 따라 재빨리 호텔건물을 빠져나왔다.

공항근처에 위치한 호텔에는 여러 국적의 고객들이 투숙하고 있었다. 이미 호텔 측은 일층에 임시 대피장소를 마련하고 대피한 투숙객을 위해 따뜻한 차를 마련하고 있는 중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지진이라는 상황에 대처하고, 반응하는 국가별 고객들의 차이였다.

평소 정기적으로 비상시 대처와 탈출훈련을 받은 우리는 꽤나 빨리 대피를 한다고 내려갔는데, 이미 선두그룹으로 도착한 일본투숙객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 다른 승무원들은 이건 무슨 일인가 신기한 표정으로 그 뒤를 이었고, 그 다음은 잠옷 바람으로 손에 신발을 들고 급히 나오는 서양인들, 이런 순서로 건물에서 하나 둘씩 빠져나왔다. 대피한 투숙객들은 호텔 측의 지시에 따라 높은 건물을 피한 장소에 모여 있었는데, 40분쯤 지나자 중국인들이 트렁크에 짐을 다 꾸리고, 가족들과 함께 큰 목소리로 투덜투덜 대며, 호텔건물을 내려오고 있었다. 세세한 부연설명이 없이도 미루어 짐작이 가는 상황!

21세기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지구촌시대라고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어떻게 다른가를 궁금해 하며, 왜 다른가를 알고 이해하며, 또 나눌 것은 나누어가며, 지혜롭게 하나가 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교내에도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학부와 학과가 함께 공존한다. 작은 지구라고 생각하고, 오늘부터 대학캠퍼스 내에서 지구촌 살이를 위한 사전연습을 해 보면 어떨까?

이 기회를 통해 멋지고 당당한 지구촌시민이 되기 위한 팁 3가지를 간단히 소개한다. 하나. 환한 표정으로 나를 오픈하라. . 이문화권에 도전할 때는 상대를 미리 연구하라. . 함께 어울리고 소통하라.

지난해 구월, 학과신설이라는 미션을 띠고, 신구가족이 되고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간다. 20년 전, 내가 대학을 다닐 때와는 사뭇 다른 대학 내 풍경과 문화들을 느끼며, 사회가 요구하는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려가는 학생들을 보며,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올해 학기 초, 학교 내 서로 소통하며 인사하는 문화를 심어보고 싶어, 조심스럽게 전공 관련 교내봉사프로그램으로 신청했고, 4개월간 항공서비스과 학생들과 함께 등교와 출근을 하는 신구가족에게 환한 아침을 선사해보았다. 처음에는 쑥스러워 피해 다니던 학생들, 무표정으로 봉사자를 당황하게 하던 이들이 다수였지만, 차츰 하나, 둘씩 웃으며 함께 인사를 주고받는 수가 늘어났다.

사랑과 소통으로 하나 되는 신구가족, 나아가 신구인 모두가 멋진 지구촌시민이 되는 그날을 만들어 보고자, 작은 도전들은 계속될 것이다. 등교 길에 항공서비스과 학생들의 인사봉사에 신구가족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반응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보도 여론 사람 교양 문화

포토뉴스 더보기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