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학 속에서 여러 의미의 새 출발로 걱정 반 설렘 반이었던 3월이 엊그제 같다. 이제는 가을 학기도 저물어가고 여기, 신구 대학교에서의 한 학년도 끝이 났다. 나이 어린 동기들은 처음 경험했을 대학교 1학년이었겠지만 나에게는 두 번째였다. 그래서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나를 돌아보며 또 동기들을 한 발짝 옆에서 바라보며 여러 생각이 든다.
나는 2012년 충주에 위치한 4년제 대학에 입학했었다. 그때의 나는 내가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대학교를 왜 다니는지, 나에 대해 너무도 몰랐다. 그 덕에 수업은 나가지 않는 날이 더 많았고, 시험지에는 쓸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 백지로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의 나는 늘 학사경고생이었다. 아무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내다 더욱 어두워진 미래를 외면한 채,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다.
나는 군대에서 고생하는 많은 사람 가운데, 운이 좋은 편이었다. 군대에서 짬을 내 개인 시간을 쓸 수 있었다. 때로는 기타를 쳤고, 때로는 안 읽던 책을 읽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충분히 생각했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일본 문화를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일본에서 혼자 살아보고 싶었다. 혼자 외국에서 산다는 것이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목적이 있는 나’는 ‘예전 대학교에서의 나’와 다를 것 같았다. 새로운 환경에 간다면 누구보다도 잘 지내고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적어도 군대에 가기 전처럼 의미 없는 생활을 지낼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전역 후 미래에 일본에서 생활할 방법을 찾아 우리 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순탄히 일본에 취업해 생활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순 없지만 이번 새로운 1학년을 지내며 나는 벌써 많은 것을 이뤄냈다. 그 덕분에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에 다가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2012년도의 나’와 같은 동기들이 종종 보인다. 아마 그들도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해, 막연히 미래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어른들은 모두 그저 수능만을 이야기했고, 지금까지 우리는 어른들이 하라는 일만을 좇는 데 익숙해 있으며, 아직 그 누구도 우리에게 현실적인 미래 대안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의미 있는 내일을 알려주기만을 기다린다면, 대학이라는 새로운 체계에서 처음의 어색함에 휩쓸려 계속 의미 없는 시간만을 보내고 있다면, 앞으로 올 하루하루가 의미 있기는 힘들 것이다. 몇몇 학우들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예전 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안타깝다. 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지만 스스로 느끼지 못하면 가슴 깊이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함부로 그들에게 다가가 조언해줄 수는 없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