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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사망 사고

등록일 2018년01월17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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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첫 사고 발생은 오후 9시 32분으로 신생아 1명이 갑자기 사망하고 38분 뒤인 10시 10분,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뒤를 이어 각각 10시 31분과 53분에 두 명의 신생아가 더 사망해 사고 발생 약 2시간 만에 4명의 신생아가 사망하게 된 사고였다. 숨진 신생아들은 모두 태어난 지 6개월이 안 된 영아들로 집중치료실에 있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의료진이 사고를 인식하고 심폐소생술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신생아들이 사망한 후였다. 사고 당시 집중치료실에는 모두 16명의 신생아가 있었고, 사고 직후 다른 12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달 26일, 서울 광진구의 한 산부인과에서도 신생아실 근무자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아 같은 병원의 신생아와 영아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진행한 결과, 영아 3명이 잠복결핵 검진에서 양성으로 확인됐다. 잠복결핵이란 결핵균에 노출돼 감염은 됐지만, 아직 발병은 하지 않은 상태로 활동성이 있는 결핵으로 발현될 가능성이 있어 관리와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해 질병으로부터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신생아와 영아들에게 잇따라 사고가 발생해 사고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큰 슬픔과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 사망한 4명의 신생아에게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시트로박터 프룬디’라는 균이 발견됐다. 신생아들은 음식 섭취가 어려워 영양을 공급하는 주사제인 ‘지질 영양 주사제’를 맞고 있었는데, 사고 발생 전날인 15일 이 주사제를 맞았던 5명 중 4명이 사고 당사자인 점, 지질 영양 주사제를 비롯한 이 병원의 다른 주사제에서도 동일한 균이 발견된 점으로 의료과실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질병관리본부와 국과수, 경찰은 해당 사고와 관련해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비롯해 의료진과 관련자를 소환하는 등 계속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사고는 보건복지부의 관리 소홀에서부터 원가 이하의 의료 수가 문제, 의료 인력의 부족과 의료 인프라에 대한 투자 미비 등 기존 의료계의 문제점으로 산재했던 요소들이 원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의료 수가란 병원과 의사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으로, 실질적으로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낮은 비율로 책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가 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병원에서는 이런 적자를 메꾸기 위해 약물을 재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써오고 있는데, 이는 직접적인 감염 관리의 구멍이 되고 있다. 또한, 의료시설들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평가를 받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면 의료 수가를 비롯해 혜택을 받게 되는데, 이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의료 서비스의 질과 환자의 안전보다는 평가 기준에 시설을 맞춘 보여주기식 운영을 한다는 점도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다.

그뿐만 아니라, 해당 병원에서는 사고 발생 후 유가족과 당사자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 언론 브리핑을 우선하는 등 불성실한 행태를 보여 많은 공분을 샀다. 이번 사고는 의료 시스템의 허점에서부터 이익을 많이 남기는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병원의 운영까지 그야말로 총체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사고였다.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에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일어나선 안 될 사고를 겪은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함은 물론, 정부와 의료계의 종합적인 대처와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다.


조유동 기자 heystone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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