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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끝, 그리움

등록일 2018년01월17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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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8, 대학교에 들어와 남들보다 한 가지 더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써야 하지만 귀찮았고 귀찮지만 잊히지 않았던 일, 기사 쓰기다. 물론, 기사만 쓰는 일은 아니었다. 취재란 이름으로 무언가를 카메라에 담았고, 새로운 만남을 가졌으며, 그 날을 기록했다. 아무리 짧은 기사라도 이런 것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완성된 기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나는 이제 그 사실을 알고 있고 잊을 수 없다.

학기 중 학보를 발행할 때면, 과제만으로도 충분히 바쁘고 힘든데 기사도 써야 한다고 늘 징징거렸다. 그럴 때면 꼭 돌아오던 말이 있다. “때려치워내지는 언제 그만둬?”였다. 요즘 시대에 남의 사정 알 바 아니고 우는 소리도 듣기 싫다지만 힘내서 열심히 하라는 말 한마디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빨리 그만두라는 그 말이 더 듣기 싫었다.

성적도 일도 둘 다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오만이었을까. 날로 떨어지는 성적에 장학금은 놓쳤고 발행된 학보도 그리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창 우울할 때쯤 언제까지 어린애 짓 할 거냐는 말에 덮쳐오는 회의감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정말 내가 해온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지, 무엇도 남는 게 없는 건지 말이다. 뭐든 도움이 될 거라며 의심하지 않았는데, 다 끝나가는 마당에 들이닥친 불청객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님은 돌아가기 마련이고 불청객 역시 손님이었단 점이다. 언제 또 들러서 내 속을 헤집어 놓을지 모르지만 이게 내 마지막 기사란 점에서 다시 온들 소용없지 않을까.

301호부터 시작했던 학보는 어느덧 315호를 맞았고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나는 정든 자리에서 물러난다. 늘 시간이 모자라 지긋지긋했지만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늘 비난받았지만 아끼던 장소다. 기자로서 행하는 마지막 인터뷰 역시 한 해 고생해준 임원들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더 씁쓸하다. 누군가의 인터뷰를 할 때면 우리는 누가 인터뷰하고 궁금해해 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섭섭한 마음에 괜히 아쉬웠던 것들만 쓰게 되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어쩌면 한 명의 빈자리는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변함이 적어 남은 이들의 부담도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동기가 많다는 게 다행스러운, 항상 수고했고 앞으로도 고생할 우리 아가들-졸업까지 남은 일 년 늘 후회 없이 행동하고 학보사를 위해 애써주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머물렀던 학보사가 조금은, 아니 많이 그립지 않을까.



임정연 기자 tlqdnjs45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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