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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을 붙잡을, 「가위손」

등록일 2018년03월14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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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손/팀 버튼/1990

겨울의 끝, 봄이 지금, 마지막으로 추억을 장식할 영화를 소개한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영화 「가위손」이다. 기괴하고 환상적인 연출을 자랑하는 팀 버튼 감독의 초기 작품으로, 감독의 세계관뿐만 아니라 그의 페르소나인 조니 뎁의 초창기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어 나름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미 개봉한 지 많은 시간이 흐른 관계로, 보고 난 뒤의 감상은 갈리겠지만 한번 보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존재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 마을 너머의 고성. 주인공 에드워드는 그 성에서 한 발명가에 의해 탄생했다. 발명가의 계속된 연구로 에드워드는 서서히 사람의 모습에 가까워져 갔지만, 미처 손을 완성시키지 못한 채 발명가는 숨을 거둔다. 결국, 미완성인 가위손을 가진 채 홀로 고성에 남겨진 에드워드는 우연히 성을 찾아온 펙을 따라 마을로 향한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마을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마을 사람들은 신기하게 생긴 에드워드에게 호기심을 갖지만 받아들이진 않는다. 에드워드는 날카로운 손 때문에 실수도 하고 사고도 치며 인간에 대해 배워가기 시작한다. 괴물처럼만 느껴지던 가위손으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에드워드는 마을 사람들에게 호의를 얻는 데 성공하지만, 작은 누명과 실수 하나에도 금방 사람들은 돌아서 버린다.


그럼에도 감정은 있다

하지만 모두가 에드워드에게 냉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펙의 가족은 천천히 에드워드를 받아들이고, 그녀의 딸 킴도 순수한 에드워드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에드워드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어 자신의 손을 쓰는 법을 배우고, 실수하면 당황하거나 놀라기도 하며, 자신이 인간과 다르다는 사실에는 슬픈 눈빛을 비춘다.

점점 고립되어가던 에드워드는 어느 날 정원에서 홀로 얼음 조각을 만든다. 부서지는 조각들이 마치 눈처럼 흩날리는 모습을 보며 다가온 킴에게 실수로 상처를 입히고, 킴의 친구 짐에게 폭언을 듣는다.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던 에드워드는 분노와 슬픔이 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뛰쳐나간다. 킴은 다시 돌아온 에드워드에게 다가가 안기지만, 에드워드는 그녀를 다치게 할까 봐 안아줄 수가 없다. 아마 그가 마지막으로 배웠을 감정은 사랑일 것이다.
에드워드는 결국 마을을 떠나 고성으로 돌아간다. 그가 영영 떠나버렸는지, 계속 남아있을지 마을 사람들은 알 수 없다. 홀로 고성에서 얼음을 조각하는 에드워드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눈 속에 담긴 마음

에드워드가 돌아간 이후 겨울이 되면 마을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마을에 내리는 눈은 사람들에게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다가가고 싶어 하는 에드워드의 마음일까? 아니면 킴을 향한 마음을 곱씹으며 조각을 만든 결과일 뿐일까? 확실한 것은 괴물처럼 보이는 에드워드에게도 감정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남들과 다른 모습과 편견으로 거부당했던 에드워드, 킴마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 마을엔 영원히 눈이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마을에 내리는 눈을 보며 누군가는 에드워드를 떠올리듯이 언제까지나 겨울의 마지막에 기억하게 될 영화로 남길 바란다.


조유동 기자 heystone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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