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언론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소식이 있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통해 촉발된 미투 운동이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과 가해자를 폭로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 간의 연대를 추구하며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시작됐다.
폭로자들은 자신을 생존자로 지칭하고 피해를 봤다는 사실 자체보다 자신의 삶에서 직면한 문제를 주체적으로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더하며 서로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Me too’는 2007년 한 사회운동가가 만든 단체에서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해 처음 사용한 슬로건이지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해 10월 할리우드의 제작자로부터 피해를 본 배우들의 목소리가 전해지면서부터다. 이에 수많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고백했고 침묵 대신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동참해 세계적인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 전반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처벌과 반성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내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었던 서지현 검사의 경우에도 검찰의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인들도 발뺌과 부인을 반복하고 있다.
본인의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밝힌 한 배우도 가해 사실에 대한 언급이나 직접적인 표현을 지양함으로써 이후 법적 공방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면피성 사과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해자들의 공통된 태도는 현 사법체계가 성폭력 대책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이 어렵사리 법정까지 가더라도 납득할만한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드물고, 이후 가해자들의 명예훼손 소송 등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도 미흡하다. 이는 고스란히 피해자들의 입막음을 위한 수단이나 여론에 의한 2차 가해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은 계속되고 있다. 미투 운동은 가해자들이 아무리 범행을 은폐하고, 주변에서 침묵하더라도 결국 진실은 드러남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는 미투를 앞세운 폭로전이 무고한 희생자를 낳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거쳐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고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이 두터워지는 것이 가해자와 희생자의 차이를 더 명백히 밝히는 길이다. 당분간 미투 운동으로 인한 논의는 계속될 것이다. 많은 잡음이 생기고 상처도 남겠지만, 모두가 외면해오던 사회적 침묵을 깰 수 있도록 그 목소리가 더 커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