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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서 배운다-이창경 교수 (미디어콘텐츠과)

등록일 2018년03월14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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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경 교수(미디어콘텐츠과)
조상문 신구학보사 주간께서 지난 2월 짧지 않은 3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 퇴임하셨다. 신구와 함께한 열정의 33, 교수님께서는 감회가 크시겠지만 가까이서 함께 생활해 온 본인 역시 서운한 마음 감출 수 없다. 참스승으로서 학생들을 성심으로 가르쳐오셨을 뿐 아니라, 본부의 주요 보직을 맡으셔 대학 발전에도 큰 힘을 보태셨다. 마지막 3년은 신문방송국 주간을 맡아 변화된 학보와 신선한 방송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셨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다. 교수님과 나는 고향이 같은 것도, 같은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다. 더구나 같은 학과에 재직한 것도 아니다. 신구에서 처음 만나 3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가끔 체력단련장에서 땀 흘리며 운동도 같이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철 따라 산행도 같이했다. 그 많은 세월 속에서 교수님은 내게 많은 가르침과 위안을 주셨고, 분발할 수 있도록 격려도 해주셨다.

교수님은 바른 인품을 지니셨다. 인품은 사람의 품성이다. 가치관, 인생관, 성격과 태도 등이 모여 인품을 만든다. 내재된 무형의 정신적 작용이지만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현된다. 배려와 신뢰, 이해와 관용, 이러한 인품의 덕목이 언행으로 나타난다. 가까이 지내면서도 내 스스로를 단속하는 것은 교수님의 이러한 인품에 대한 깊은 존경 때문이다.

교수님은 누구보다 신구를 사랑하셨다. 그리고 설립자의 교육철학을 따르고 실천했다. 우리 대학에서 시행해오고 있는 우촌독서대상 독후감 공모사업의 명칭을 교수님께서 지으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독서운동이 전국고등학교 학생으로 확대되면서 운영 방법, 심사 기준 등 초창기 기반을 닦아놓으신 분도 교수님이시다. 아끼던 옛 물건을 우촌박물관에 기증하셨고, 교수장학회 회장을 맡으셔서는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셨다. 이는 모두 신구 사랑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교수님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분이다. 연구실에는 60년 묵은 선풍기, 타자기, 전화기, 심지어 주판까지 있는 걸 보았다. 한문 실력 또한 남다르시다. 이를 보면 옛날의 가치에 얽매어있을 법도 한데 교수님은 전혀 그렇지 않으신 분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변화시켜 나가는 분이시다. 이러한 법고창신(法故創新)의 실천이 교수님의 생각을 항상 젊게 하는 근원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한, 교수님은 훌륭한 박물학자이시다. 교수님께서 일상을 빼곡히 기록한 수첩 몇 권을 보여준 적이 있다. 거기에는 개인적인 일뿐만이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었던 일과 자신의 견해를 적어놓으셨다. 이처럼 기록을 남기는 것은 관심과 성찰이다. 실학자이자 박물학자였던 이덕무는 이목구심서라는 저서를 남겼다. 이 책 역시 귀로 들은 것, 눈으로 본 것, 입으로 말한 것,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적은 것인데, 그 시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깨알 같은 소중한 기록들은 훗날 또 다른 이 시대의 이목구심서가 될 것으로 믿는다.

논어에 배우는 데 싫증 내지 않고, 사람을 가르치는 데 게으르지 않다’(學而不厭 誨人不倦)라는 말이 있다. 대학에 계시는 동안 내가 바라본 교수님의 모습은 바로 그런 분이시다. 이제 연구실에 간직하고 계시던 책과 옛 물건, 그리고 키우시던 화분까지 모든 것을 아낌없이 후배 교수들에게 물려주시고 연구실을 비우셨다. 그러나 물려주신 것이 어찌 그뿐이겠는가. 고매한 인품과 신구사랑의 실천, 학생들을 끔찍이 위하고 사랑하신 교수님의 교육 정신은 우리가 배우고 따라야 할 소중한 정신적 가치가 아닌가. 교수님의 화려한 인생 제2막을 응원하며 건강을 기원한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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