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낯설고 다르게 보기 - 진필훈 교수(사진영상미디어과)

등록일 2018년04월18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방법-


진필훈 교수(사진영상미디어과)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피사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사진을 촬영하면 그 피사체는 주변과 단절되어 사각형의 프레임 속으로 들어온다. 내가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는 것은 그 대상이 나에게 의미가 있기 때문이며, 그것은 멋진 풍경이나 친구, 가족, 연인 등이 될 것이다.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된 현재, 일반인들도 많은 사진을 촬영하고 공유한다. 가끔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는 하는데 그런 사진을 자주 촬영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평소에 보기 힘든 모습이나, 색다른 무엇이 있어야 셔터를 누르게 되는데, 평범한 풍경은 사진을 찍지 않는다. 평범해 보인다는 것은 그 피사체를 잘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이 피사체에 생기 있는 의미를 부여해야 보기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 평범해 보이는 풍경이라도 낯설게 보기를 시도하면 다르게 볼 수 있다.

전공자이지만 촬영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던 시절 내가 자주 되뇌었던 생각은 ‘여기에서 무엇을 찍을 것인가?’ 였다. ‘다른 사람들은 사진을 멋있게 촬영하는데 왜 나는 그렇게 찍지 못하는 것일까?’, ‘왜 내 눈에는 멋있는 장면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사진 촬영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던 시기에 자주 마주했던 생각이었고, 한때 이로 인해 많은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유명한 잡지사에서 편집장을 지내셨던 교수님 수업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교수님께서는 낯선 곳에 가서 사진을 촬영할 때 절대로 카메라부터 들이대지 말라고 말씀해주셨다. ‘아니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그 유명한 잡지의 편집장까지 지내신 분이 낯선 곳에 가서 카메라부터 들이대지 말라고 하시다니 그 의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분께서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셨는데 좋은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놓고 먼저 촬영 대상에 공감하라고 하셨다. 낯선 곳에 가서 촬영을 하기 전에 카메라를 놓고 바닥에 앉아서 땅의 기운도 느껴보고, 바람을 맞으며 냄새도 맡고, 흙이나 풀, 주변의 사물들도 만져보면서 기운을 느껴보라고 말씀하셨다. 그 후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주변의 사물을 느끼고 분위기에 동화되니 처음과는 전혀 다르게 느껴지고 대상이 새롭게 보였다. 그런 시각으로 촬영을 하니 좋은 사진을 촬영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멋있는 장면이 보이는데 왜 나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이 비로소 해결된 것이다.

그것은 대상을 낯설고 다르게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대상을 전혀 모른다는 가정하에 다시 바라보는 것이며, 이렇게 생각하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여 좋은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 여러분들이 지금 갖고 있는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인터넷 검색을 하며 스마트 폰의 사진을 본 순간 설렜던 그 마음, 그리고 처음 샀을 때의 기쁨과 현재 내 손에 있는 스마트폰의 느낌. 처음 그 느낌대로 사진을 찍는다면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을 것이고, 현재의 느낌대로 촬영한다면 좋은 사진이 나오기 어렵다.

낯설게 보기는 내가 잘 아는 대상이라도 내가 잘 모르며 처음 만나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다르게 생각되고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 사진을 찍으면 다양하고 새로운 기법으로 피사체를 촬영하기 때문에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좋은 피사체를 많이 만나야 하겠지만, 이렇게 제한된 환경에서도 낯설고 다르게 보기를 통해서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사진을 촬영할 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응용하면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나를 낯설게 보면 나의 장점과 내가 잘하는 재능을 찾아낼 수 있고, 토론이나 회의를 할 때 일상에서도 한 번쯤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조금 더 깊이 있게 주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쌀쌀한 날씨가 물러가고 낮에는 따뜻한 햇볕이 내리쬔다. 싱그러운 새싹과 꽃 피는 생명의 계절에 우리 학생들도 스마트 폰으로 아름다운 신구대학교의 풍경을 낯설게 보기를 통해 좋은 사진을 촬영해보자. 내 손안의 카메라, 스마트 폰으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사진 속에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보도 여론 사람 교양 문화

포토뉴스 더보기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