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식물원과 함께 하는 시간 - 전정일(신구대학교식물원 원장, 원예디자인과 교수)

등록일 2018년05월24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신구대학교식물원 전정일 원장
이른 아침 출근길. 반팔 셔츠를 입어야 할까 하는 고민을 뒤로 하고 일터에 도착해 보니 똑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친구들이 나를 맞이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이제 꽃을 떨구고 열매를 키워야할까’, 또 다른 아이들은 ‘이제는 꽃을 피워야 할 때가 되었나’하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시간은 벌써 다른 계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봄이 올 때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아침 햇살이 따뜻해지는 봄날을 느끼기도 전에 내 일터 곳곳에는 뾰족한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며 봄을 먼저 알려줍니다. 곧 다가올 가을과 겨울도 곳곳의 식물들이 계절의 변화를 내게 먼저 알려줄 것입니다.

매일 시간의 흐름을 함께 느끼며 식물들과 가까이 살아가는 곳이 내가 일하고 있는 식물원입니다. 시간의 변화를 이렇게 항상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식물을 공부하는 나에게 큰 축복으로 느껴집니다. 식물 전문가가 아니어도 조금만 일상의 발걸음을 바꾸면 이런 축복을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식물원을 생각하면 먼저 화려한 꽃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식물원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혜택은 아름다운 꽃들이 전부는 아닙니다. ‘식물을 매개로 한 문화 센터’ 즉 ‘식물문화센터’가 식물원을 짧은 몇 마디로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말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식물과학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정서적, 교육적, 문화적 가치를 경험하게 해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원은 그 경험을 많은 분들께 전해드리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경기도 성남시 서쪽 끝에 서울, 과천, 안양 등 대도시로 둘러싸인 도심 한 가운데 오아시스처럼 자리하고 있는 신구대학교식물원이 내가 매일 발길을 향하는 곳입니다. 2003년에 개원한 이래 ‘식물원 문화의 최고 브랜드’라는 비전으로 다채로운 식물원 문화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모든 식물원이 식물 과학을 바탕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신구대학교식물원도 국내외 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 보전, 전시하며 식물 자원을 발굴,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멸종위기식물 보전 사업에 힘쓰고 있으며, 식물 유전자원 수집 및 자원화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또 국내에서 최대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식물원 중 2위 규모로 라일락 370여 종을 보유하고 매년 라일락 축제를 통해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식물문화를 선물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교육적 가치를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식물원·정원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전문가 및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환경교육, 직업교육과 함께 자연을 관찰하고 체험하는 장으로써 식물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전시·축제 및 힐링의 장소로써 정서적 가치를 경험하게 해드립니다. 신구대학교식물원에서는 매월 식물을 주제로 한 전시와 축제가 다채롭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3월 봄꽃 전시를 시작으로 4월 튤립 축제, 5월 라일락 축제, 작약 품종 전시가 진행되고, 6월 수국 품종 전시, 7월 해바라기 전시 및 연꽃 축제, 9월 꽃무릇 축제와 구절초 전시, 10월 해국 및 단양쑥부쟁이 전시와 국화 분재 전시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식물원 속의 미술관인 ‘갤러리 우촌’에서 특별한 문화생활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2016년 개관하고 경기도에 미술관으로 정식 등록한 ‘신구대학교식물원 갤러리 우촌’이 있습니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에서 식물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 전시가 연중 마련되고 있고 전시연계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식물원의 가치를 일상 속에서 경험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식물원을 산책하면서 모든 잡념에서 벗어나 보거나 아름다운 꽃과 계절에 따라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을 감상하고, 가든 카페에 앉아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차 한 잔을 하거나 혼자 앉아 책을 읽는 것도 좋겠습니다. 집에 돌아갈 때는 가든 센터에 들러 창가나 책상에 놓을 자그마한 화분 하나를 손에 들고 가는 것도 잔잔한 일상의 행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5월의 식물원은 화려합니다. 봄꽃의 향연이 여기저기 펼쳐지고 있고 현장학습을 나온 유치원 어린이들이 또 다른 꽃으로 식물원을 장식하고 있어 관람객들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가 이런 일상을 누린지 30년째가 되는 의미 깊은 해입니다. 식물원을 일상으로 경험하는 그 좋은 행복을 많은 분들이 함께 누리시길 기원해봅니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보도 여론 사람 교양 문화

포토뉴스 더보기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