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대한항공 조현민 전 전무(이하 조 전 전무)의 갑질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동안 만연했던 재벌가의 갑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광고대행사 직원을 향해 물컵을 던졌다는 논란에 휩싸인 조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불러온 여파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조 전 전무 사태 이후, 재벌 갑질에 대한 증언과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가의 갑질은 하루 이틀 만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과거에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화려한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때린 만큼 돈으로 보상한다는 ‘맷값 폭행’, 땅콩 때문에 이륙 중인 비행기를 회항시킨 ‘땅콩 회항’, 동생 회사를 통해 가맹점에 비싸게 치즈를 공급하고 부당 이득을 취하는 ‘치즈 통행세’, 운전기사에 대한 약 140장의 ‘갑질 매뉴얼’까지 그 유형도 매우 다양하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를 뜨겁게 했던 이들의 갑질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고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지 않다’. 2009년, M&M 최철원 전 대표는 야구방망이 1대에 맷값 1백만 원을 약속하고 2천만 원을 주는 대가로 무차별 폭행을 가했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반면 그 피해자는 오히려 ‘탱크로리 주차 시위’로 인해 교통 방해 혐의를 적용받아 벌금을 물었다. 2014년, 정일선 현대 BNG 스틸 사장은 자신의 사소한 지시를 따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행기사의 머리를 내리쳤으나, 약식기소된 후 벌금 3백만 원형에 처해졌다.

2017년,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건설 팀장은 술집 종업원에게 폭언 및 순찰차를 파손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 후 변호사의 친목 모임에 참여해 폭언과 폭행한 것이 전해졌으나,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기소되지 않았다.

이처럼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주인공들의 결말은 대부분 집행 유예나 벌금형 정도였다. 이는 인격 모독, 정신적 피해 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주장에서 왔다. 이에 피해자는 겪은 고통에 비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가해자나 주변으로부터의 2차 가해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비판 여론이 급등하고 있는 지금, 국민들은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 또한, 가해자의 처벌을 강화하고 더 이상 이런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