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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 병에 담긴 비밀 - 정미란 교수(외식서비스경영전공)

등록일 2018년06월20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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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란 교수(외식서비스경영전공)
나는 인생술집이라는 예능프로를 즐겨본다. 가장 핫한 이들이 희로애락을 나누는 가장 인간적인 술자리 같기 때문이다. 술은 누구와 함께 마시느냐에 따라 쓰디쓴 위스키에서 초콜릿 향을 먼저 느낄 수도 있고, 달콤한 칵테일에서 알코올 향을 먼저 느낄 수도 있다. 특히 인생에 비유되는 와인은 더욱 그렇다. 와인을 즐기는 나는 와인의 다양한 부케를 느끼며 그 속에서 와인의 탄생과 지나온 시간을 가늠한다. 그리고 더 맛있게 익을 그 날을 위해 지금 맛볼 수 없음을 참고 기다리기도 한다. 모든 와인 애호가들이 공감하듯, 기다림이 곧 기대와 설렘이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와인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라고 했다. 와인은 고대의 모든 문명권에서 신비롭고 영험 있는 음료로서 생명과 제사, 신화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격조 높게 사랑받아왔다. 그래서 한 병의 와인 속에는 수천 년의 역사가 담겨 있다고도 한다. 와인의 탄생은 참으로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며 축복이다. 포도나무의 작은 포도알이 와인으로 탄생하기까지 하늘과 땅, 최상의 자연과 인간의 노력이 조화를 이룬다. 게다가 여러 와인 중에도 최고의 맛을 내는 시기는 와인마다 제각각이고 이렇게 기다린 만큼 더해지는 풍미와 즐거움이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와인을 마시고 즐기기 위해서는 조급함과 경박함과는 거리가 먼 기다림과 여유가 필요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와인은 세상에서 가장 품격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클래스가 남다른 와인은 쉽게 마시고 빨리 취하는 다른 술들과 달리 수년의 숙성과정을 통해 어느 순간 더욱 깊어진 풍미를 뿜어낸다. 좋은 와인일수록 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며 수년이 지나야만 제맛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은 와인마다 다르다. 요즘 신조어에 빗대자면, 수년이 지나서야 포텐을 터트린다. ‘포텐이란 잠재성을 뜻하는 포텐셜(Potential)’의 줄임말로 포텐이 터졌다고 함은 숨겨져 있던 잠재된 능력이 폭발하여 엄청난 가치를 발휘한다는 뜻이다.

와인처럼 우리에게도 잠재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과거의 과정 하나하나가 지금의 우리를 만들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또 오늘을 만들어가고 있다. 마치 고요한 와인병 속에서 일련의 작고 복잡한 변화를 반복하면서 최고의 맛과 향의 정점에 이르듯이, 우리들에게도 포텐을 터트릴 그 날이 있는 것이다.

인스턴트 문화 속의 벗어나 잠시 뒤돌아보면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라는 고귀함을 잊고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급하지 말고 기다림과 여유로 오늘에 충실하면, 그리고 삶 속에 복잡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승화시킨다면 우리의 잠재된 능력이 터져 나오게 될 그 날이 올 것이다. 숙성된 좋은 와인이 주는 미묘한 풍미와 즐거움처럼 삶도 더욱 풍요롭고 즐거워질 수 있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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