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모 교수(토목과)
최근 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란 용어가 세간에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4차 산업혁명을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지능정보기술이 기존 산업과 서비스에 융합되거나 여러 분야의 신기술과 결합되어 ‘실세계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사물을 지능화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 기반의 기계화 혁명, 2차 산업 혁명이 전기 에너지 기반의 대량 생산 혁명, 3차 산업 혁명이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 혁명이라면 이제는 앞에서 언급한 최신 기술을 이용, 융합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따라서 과학 분야에서도 대부분 4차 산업에 사용되는 기술 이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방재 분야도 예외는 아니어서 빅데이터를 이용한 재난 예방, 드론을 활용한 재난 대응 및 복구 등 4차 산업혁명에서 사용되는 기술들이 다방면에 적용되고 있다.
방재(防災, Disaster Prevention)란 간단히 얘기해서 인류에게 일어나는 재난을 막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재난을 의미하는 재(災)자의 구성을 보면 강을 의미하는 천(川)이라는 글자와 불을 의미하는 화(火)자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선조들은 재난은 물에 의한 수해와 불에 의한 화재이며, 이러한 것들을 ‘재난’이라 정의하고 글자로 표현한 것에 대해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의하면 우리나라도 재난을 주로 풍수해 등의 자연재난과 화재, 폭발 등의 사회재난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크고 작은 각종 재난이 많이 발생해 왔다. 성수대교 붕괴사건(1994년)과 연이어서 터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대구 지하철 참사(2003년)와 같은 거대한 사회재난과 태풍 루사(2002년), 태풍 매미(2003년)와 같은 자연재난에 의한 피해 등으로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소방방재청을 개청(2004년)하고 재난에 많은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국민안전처, 안전행정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명칭의 변경과 조직의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세월호 사건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조직의 변경이나 시스템의 정비만으로는 거대화하고 복합화하는 재난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난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더욱 많아져 영화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다. 국내 영화로는 부산행(감염병), 해운대(쓰나미), 판도라(원전사고) 등이 있고 외국영화로도 인투더 스톰(토네이도), 지오스톰(기후변화), 샌안드레아스(지진), 딥워터 호라이즌(해양사고), 투모로우(지구온난화), 2012(자연재해)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렇게 재난영화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재난에 대하여 공포를 많이 느끼고 있고 이전보다도 더 많이 재난에 노출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재난은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하고 대응을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난에 대한 무관심을 경고하는 대표적인 용어로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 있다.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와 살지만, 물을 서서히 데우는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조만간 직면할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결국 죽게 된다는 뜻이다. 이 용어는 경제와 같은 분야에서도 많이 사용될 뿐만 아니라 방재 분야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기후변화(Climate Change),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와 같이 천천히 변화하는 환경에 대비하지 않으면 향후 큰일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방재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며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방재 분야에 접목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