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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만 넘쳤던 4개월을 보내며

등록일 2018년09월12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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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하던 나였기에 학보사는 내게 천직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생각은 얼마 안 가 깨지게 되었다. 신문 하나를 발간하는 일은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고 그에 뒷받침되기엔 나의 실력은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쓰다 보면 늘겠지, 계속하면 나아질 거야’라고 나를 수없이 다독였지만 아무런 성장 없이 벌써 정기자가 돼버렸다. 4개월이 이렇게도 금방 가버릴 수 있을까.

수습기자로 보냈던 4개월은 새로움과 도전으로 가득했다. 낯을 많이 가려 새 학기마다 골머리를 앓는 내가 생전 처음 본 사람에게 말을 걸어 인터뷰를 부탁하기도 했고,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처음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부딪혀보자고 계속 되뇌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새내기라서 가능했던 용기와 의욕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보다 더 성장한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의욕은 욕심으로 변했고 걱정은 불안이 되었다.
 
욕심과 불안을 모르는 척하고 이젠 수습기자가 아닌 정기자로 9월호에 참여하게 됐다. 지금 내가 짊어진 것이 무엇이든,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 비해 마음가짐이 달라진 내가 보였다. 글 쓰는 게 좋아서, 계속하고 싶어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어느새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컴퓨터 앞에는 잘하고 싶어 초조한 내가 있었다. 수습기자에서 정기자가 됐지만, 아무런 발전 없는 글과 실력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1학년이 벌써 반도 남지 않았고 조금 있으면 2학년이 되는데 그때도 내가 이 실력이라면, 학보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 가득했다. 의욕만으로 해내려고 했던 지난날들이 우습기만 했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해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날 가로막는 벽이 한두 개가 아니라 좌절도 했다. 그렇지만 아직 내 핸드폰 속 메모장에는 쓰지 못한 기삿거리들이 가득하다. 슬프긴 해도 여전히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고 쓰고 싶은 기사가 남아있다. 나의 실력이 그것들을 뒷받침해 줄 수 있을지가 의문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말이 학보사를 하면서 이해가 됐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 건데 좋아하는 일을 잘해야 할 때 받게 되는 부담감이 엄청났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값진 경험을 얻은 만큼 책임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책임감이 이제 와서 버겁게 느껴졌다. 의욕만 넘쳤던 4개월을 되돌아보며 이번 학기에 이 책임감을 이겨내고 발전한 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북적북적했던 봄에서 썰렁했던 여름을 지나왔는데 이번 가을은 도란도란했으면, 더 나아진 내가 됐으면 좋겠다.


신지선 기자 jisund5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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