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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고 배려하는 사회를 꿈꾸며 - 황환주 교수(원예디자인과)

등록일 2018년10월31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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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환주 교수(원예디자인과)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하지만 쾌청한 날씨와 함께 형형색색의 단풍이 점점 아름다워지는 가을이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강력사건 소식은 우리를 슬프고 우울하게 만든다. 오늘은 피시방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을 사소한 문제로 시비 끝에 무참히 살해하였다는 뉴스가 나온다. 왜 우리사회는 조그마한 일에도 쉽게 흥분하고 화를 참지 못하는 비인간적 사회가 되어 가는지를 깊이 생각하여 보아야 할 시점이다.

우리사회는 전통적으로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 생활을 하여왔다. 공동체 생활에서는 각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이 자연스럽게 주어지고 그것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통과 양보 및 상호 이해하는 능력이 함양된다. 선의의 위계가 형성되어 굳이 법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사회질서가 잡히고 어른에 의한 아랫사람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다. 그것이 우리 전통사회를 떠받혀온 중요한 기둥 역할을 하여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고 농촌 마을 등이 파괴되면서 우리 주변에서 공동체 생활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전체 가구 중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70%를 넘었지만, 역설적으로 공동체 정신은 없다. 주지하듯이 아파트에서는 같은 승강기를 타고 다니는 경우에도(대략 40가구쯤 되는 한 농촌 마을에 해당된다) 서로 인사도 안 하고 모른 체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앞집이나 위아래층과 원수지간으로 지내기도 한다. 승강기 안에서 어린이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아도 인사할 줄을 모른다. 철저하게 개인적이고 비인간적인 사회로 돌입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근간이었던 공동체 사회생활은 옛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어울림과 자기절제 능력도 약해지고 있다. 우울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범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 사회적 예의범절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겠는가? 사회 또는 국가적으로 깊이 고민하여야 할 문제라고 생각된다.

한 문장으로 명쾌하게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필자에게는 그러한 지혜와 식견이 없다. 우리 삶의 방식을 지금의 아파트 주거문화에서 공동체 생활이 살아있는 농촌 생활로 되돌릴 수는 없다. 더군다나 아이들의 교육을 위하여 도시를 떠나 시골로 회귀할 수도 없다. 몇 가지 개인적 소견을 적어본다.

우선 철학을 중심으로 인문학교육을 초중고 및 대학 교육과정에서 강화하면 좋겠다. 요즈음과 같은 인터넷 시대에 그것도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시점에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우리사회의 극단적 개인화에 따른 많은 사회적 문제와 범죄율의 증가는 과거 공동체 사회가 제공하던 무형적 교육시스템의 붕괴에 따른 개인적 가치관과 철학 형성의 부재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일이다. 공교육이 살아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특히 우리가 등한시 하고 있는 동양 고전에서 답을 찾으면 좋겠다. 개인이 살아감에 있어 중심을 잡는 일, 가치관을 세우는 일, 행복관을 정립하는 일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사람은 제대로 된 가치관과 행복관이 있을 때 스스로 혼자 설 수 있는 것이다. 건전한 사회를 이루는 근본이다.

어릴 때부터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을 느끼는 교육을 강화하면 좋겠다. 식물이나 동물 키우기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하여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순환원리를 느끼게 되면 관찰력, 창의력뿐만 아니라 인성이 함양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특히 꽃과 관련된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쌓으면 좋겠다. 심성이 곱고 배려하는 마음은 어릴 때의 아름다운 추억으로부터 많이 나올 수 있다.

요즈음 열풍이 불고 있는 도시농업을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우리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는 공동체 정신을 되살리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개인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골목이나 마을 단위의 공동체 정원 조성으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같이 가꾸어 나가는 공동체 정원은 단절된 이웃 또는 세대 간 소통의 공간이 되고, 도시에서도 자연스럽게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인생 철학을 갖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접하면서 인성교육이 제대로 된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웃 간에 소통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사회를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적 사회의 중요성을 4차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면서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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