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봄 사랑 벚꽃 말고

“이 노래를 지금 듣기엔 좀 이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잠시 깨가 쏟아지는 주변의 커플들을 보며 속으로 말을 삼켰다. 가사가 내 얘기 같네. 갑자기 외로워지는 기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 마지막 기억은 찬 바람 쌩쌩 불고 검은 롱패딩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였는데! 방학이 다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벌써 날씨는 다 풀리고 코트에, 가디건에 알록달록해진 사람들이 제 짝과 함께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다닌다. ‘봄이 오긴 왔구나’는 무슨! 미세먼지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네, 아주. 절대 외로워서 화난 거 아니다. 정말 미세먼지 때문이다. 이 하얀 마스크는 언제 써도 갑갑하고 짜증 난다니까. 정말 미세먼지 때문에 화난 거다. 큼, 됐고 이 길을 지나는 것도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학교 가는 날이 아니면 근처에 얼씬도 안 했으니까. 그럼 종강하고 뭐 했냐고? 우리 집 고양이랑 빈둥대기! 나는 고양이를 진짜 좋아해서 고양이 자랑하기 대회에 나가면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떠들 자신이 있다. 내 고양이 최고! ‘나만 빼고 다 사랑에 빠져 봄노래를 부르고’ 이 부분은 들을 때마다 찔리네. 봄 하면 벚꽃, 벚꽃 하면 커플, 커플 하니까 생각난 건데 내가 매년 나와 하는 약속이 있다. 벚꽃이 피기 전까지 남자친구 만들기! 벚꽃이 피기 전까지 남은 기간은 22일. 누가 봐도 촉박하긴 하다. 그래서 시간이 얼마 없었다는 핑계를 벌써 준비해놨다. 이런 식으로 매번 실패해서 결국 23살을 찍고 말았다. 마지막 연애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는 지금, 올해는 무조건 벚꽃 피기 전까지 남자친구 만든다! 성공한다, 실패한다, 지금 당신의 선택에 투표하세요! 아, 이게 아니고 이번엔 진짜 솔로 탈출한다! 어? 그치? 호두야?

Q&A

Q. 마지막에 언급한 호두가 누구죠? 미래의 남자친구 별명인가요?

A. 우리 집 고양인데요. 아직 없지만, 호두 동생 이름은 땅콩이고 땅콩이 동생 이름은 몬드에요. 아몬드. 벌써 귀엽지 않아요? 세 마리가 같이 꾹꾹이를 하고 있을 상상을 하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져요. 또 있잖아요,
 

Q. 네. 알았고요. 22일 안에 남자친구 안 생기면 어떡하실 거죠?

A. 매정하시네요. 없는 것도 서러운데 뭘 해야 하나요? 22일 안에 안 생기면 벚꽃이 제일 늦게 피는 인천으로 가서 4일의 시간을 벌어보겠습니다. 그래도 안 생기면... 과감하게 크리스마스까지 만들기로 계획을 변경하죠, 뭐.
 

Q. 실례지만 마지막 연애가 언제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A. 없는데요.

Q. 아, 있었는데?

A. 아니, 없어요. 그냥.

아... 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신지선 기자 jisund5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