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1일, 출국을 기점으로 시작하게 된 어학연수는 여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이곳에서 겨우 몇 마디 할 줄 아는 영어를 차근차근 배우고, 처음으로 자취 생활을 하게 되었다. 독립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사람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지, 리더의 자리에 섰을 때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를 직접 경험하고 배우며 1년 동안 정말 많은 성장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가게 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San Jose라는 지역이었다.
이곳은 ‘실리콘 밸리’로도 유명한데, 많은 IT 기업 회사들이 들어와 있고 다양한 인종이 사는 동네였다. 미국은 차가 없으면 어디든 다니기 힘든 곳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전을 하고 다닌다.
하지만 부모님께 생활비와 학비를 받으며 지내야 하는 나는 금전적으로 차를 살 여력이 되지 않았기에, 어느 곳을 가더라도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차로만 이동하는 지역 특성상 인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 곳이 드물어 걸어 다니는 것에 익숙해졌고, 그 길들을 지나오면서 카트를 끌고 다니는 노숙자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
흔히 ‘homeless’라고 불리는 그 노숙자는 자기들의 짐을 카트에 싣고 다니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피해 다녔지만, 길을 걸을 때마다 자주 마주치게 되면서 차츰 가까워지게 되었다. 가벼운 날씨 얘기부터 시작해서 지역 사회 이야기, 시사적인 이야기 등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나는 영어도 배울 겸 어떻게 그들이 살아가는지를 듣게 되었다. 모두가 돈이 없어서 노숙자가 된 것은 아녔다.
미국 사회의 특성상 직장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한국처럼 저축하면서 생활비와 보험비를 메꿔나갈 수가 없었다. 대부분 직장인은 정말 돈이 많은 경우가 아닌 이상 적당한 월급으로 그달의 식비, 차 보험비, 집세 등으로 소비하고, 혹여라도 큰 사고가 나면 자신이 머무는 집을 팔아서라도 감당해야 했다.
더군다나 미국의 의료 보험 제도 특성상 한 번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을 경우의 가격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위와 같이 직장 생활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나게 되어 응급실에 가게 된다면 집을 팔아서 의료비를 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내가 만났던 Dave라는 40대의 노숙자는 실제로 그런 일을 겪어서 노숙자가 된 경우였다. 하지만 그 사람은 지금 이런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불평하진 않았다.
단지 집이 없을 뿐 새로운 직업을 구하러 다니고 있고, 매주 일요일 교회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고 지내면서 직장생활 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게 돼서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이외에도 나는 다양한 노숙자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미국에서의 ‘homeless’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깰 수 있었고, 이따금 내가 잘못 알고 있던 영어 표현을 고쳐주거나, 다양한 일상 회화 표현들을 알려주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어학연수를 가기 전에 세웠던 목표는 영어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다짐대로 정말 값진 1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다짐이 얼마나 중요하고 앞으로의 날들을 의미 있게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겪어보지 못했을 미국에서의 값진 경험들을 토대로 더 많이 성장해서, 3월에 있을 새 학기의 시작과 함께 복학하고 나서는 이전보다 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지내며 많은 도전을 하며 이겨나가자고 굳게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