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명예훼손죄에 관한 법률은 해외의 법률과 달리 사실을 적시함에 있어서 처벌이 가능하다. 먼저 명예란 ‘사람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사회의 평가’를 말한다. 여기서 명예의 주체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자라면 누구나 될 수 있고 법인, 법인격 없는 단체도 포함된다. 그리고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먼저, 고의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고의를 가지고 구체적으로 적시해야만 명예훼손죄가 성립이 된다. 또한, 불특정다수 또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인 공연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공연성은 개별적으로 당사자에게만 사실을 유포해도 불특정 다수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충족된다. 마지막으로 사실적시와 허위사실적시는 서로 다른 처벌을 받게 되는데,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보다 적은 형량인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있다.
이 중에 논란이 되는 항목은 ‘미투운동’ 당시 가장 화두에 올랐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법률 조항이다. 미투운동으로 가해 사실을 폭로할 때 가해자가 피해자를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고 패소할 시엔 한번 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이로 인해 피해자는 오랜 시간 심신적,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됐다.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피해를 주는 가해자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며 악용 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는 뜻밖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미투운동의 피해자가 악성 댓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수단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기 때문에 폐지를 하게 되면 피해자는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면 개인 정보가 당사자 동의 없이 외부에 무분별하게 유포될 수 있는 문제도 생긴다.
또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이 외에도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인터넷상에 특정 기업의 불법적인 행동이나 이른바 ‘갑질’에 관한 글을 작성해 사회적 고발을 해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적용된다. 나는 공익을 위해 사실을 폭로하여도 오히려 내가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 이다. 형법 제310조 ‘그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써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실이거나, 적시의 목적이 오로지 공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에서 ‘위법성 조각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오로지 공익을 도모하기 위하여’라는 부분을 법원에서 형법 제310조를 넓게 해석하여 제도권 언론에 의한 보도의 경우는 대부분 항변을 인정해주고 있지만, 이는 ‘언론에 의한 보도’에 한하고 ‘오로지 공익을 도모하기 위한’ 개인으로서의 고발은 보호해주지 않고 있다. 즉, 개인이 인터넷 같은데서 블랙기업의 실체를 토로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보호받기가 어렵다는 것 이고 폭로를 위해선 언론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말이 된다. 또한, 위법성 조각사유는 사법기관의 최종판단이 있어야 해서 적용 또한 쉽지 않다. 실제 판사들의 말에 따르면 법에 ‘오로지’라는 한정 문구가 있어 피해자가 직접 고발을 하는 경우 그 피해에 대한 법·〮사회적 보상을 받고자 하는 ‘사익’이 개입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제310조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여러 피해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공공연하게 폭로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기 힘든 이유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명확한 단점을 알고 다른 여러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폐지됐으며 UN 인권위원회에서도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와 법무부는 아직까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법무부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형사 정책상 범죄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답 했는데, 우리나라가 차별 관련 법 조항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폐지 후 생기는 여러 차별적 욕설과 비방들을 막을 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폐지를 원하는 바람이 큰 만큼 언젠간 폐지가 될 수 있음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명예훼손은 남의 사회적인 명예를 깎아내리는 행동이다. 이는 처벌 받아 마땅하지만,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악용되면서 큰 파장을 불러왔다. 폐지를 외치는 목소리는 커져 가지만 섣불리 폐지하게 되면 나타날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을 법적으로 처벌하고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하지 않는 시민의식이 뿌리 깊게 내린다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폐지로 이어질 것 이고 이는 UN의 권고와 일맥상통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좀 더 타인을 생각하고 차별 없이 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다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바꾸는 건 누구도 아닌 우리들,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이창훈 수습기자 hun9910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