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교수(사회복지과)
이제 우리 일상에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의 하나는 복지이다. 굳이 이번 정부의 정책을 논하지 않더라도 다음 정부 역시 가장 큰 화두로 복지를 삼을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복지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수준에서 머물러왔지만 이제 복지는 점차 사회안전망의 역할로 전환되는 중이다. 예를 들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에서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고 그에 걸맞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국의 지자체에서 준비 중인 사회서비스원 역시 돌봄서비스 확대를 기획하는 등 더 나은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설계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사회복지 전달체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이런 새로운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복지서비스는 분명 복지의 체감도를 높이고 총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복지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체감도 높은 복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즉,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기존의 사회복지 전달체계에는 한가지 법칙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관성의 법칙’이다. ‘원래 그랬으니까’ 혹은 ‘예전에도 이런 모습이었으니까’라고 생각하는 패러다임은 4차 혁명을 앞둔 이 시기에 적절한 모습은 아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성을 깨는 용기가 필요하다. 최근 대학교육에서도 융합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 용기가 없다면 행할 수 없는 과정이다. 용기가 있어야 ‘관성의 법칙’을 넘어 새로운 시각으로 복지를 바라볼 수 있다. 기존의 복지를 사회적 비용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에서 이제는 사회적 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도 관성의 법칙을 깨는 새로운 시각일 것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아직은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가 체감할 때 준비하는 것은 이미 늦을지도 모른다. 발상의 전환에 대한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오래전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리자’라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과거의 효도는 추운 겨울을 대비하여 부모님 댁에 보일러를 설치해드리는 것이었다. 이것이 소위 ‘효’를 실천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광고 문구는 앞으로 ‘아버님 댁에 알파고 놓아드리자’는 것으로 변경될 것이다. 그래서 알파고를 통해 부모님을 위한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연결하고, 연계하는 데 도움을 드리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앞으로의 미래사회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시대가 축소되고 그 자리에 알파고가 역할을 대신한다고 예측할 수 있다.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말한다면, 미래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양의 패러다임 변화’와 ‘사회서비스의 혁신’이 묘하게 맞물린 자화상 같은 카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복지국가는 성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이미 우리는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변화라는 파도를 제대로 타고 즐기기 위해선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돌아본 이후에는 필요한 부분을 채우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민 행복 시대라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완성해야 한다. 한때, 코카콜라의 비전은 물을 이기는 것이었다. 이러한 분명한 비전은 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한다. 관련해서 기존의 복지국가의 패러다임과는 다른 관점과 방식으로 사회복지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앞서 제시한 대로 복지국가를 둘러싼 기존의 전달체계 역시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하며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복지를 실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한 번쯤 고민해야 할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이미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이러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말한 동주민센터의 역할 전환이나 사회서비스원의 탄생과 맞물려 발달장애인을 위한 거점센터들이 지역사회에 신규로 신설되고 있으며, 특히 지적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그들에게 온전히 위임하기 위한 시도 역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서울을 중심으로 가칭 권역별 아동복지관을 준비하고 있는 등 이 역시 기존의 사고체계에서는 시행하지 못했던 영역들이다. 이는 기존 복지전달 체계의 한계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욕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신구동산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복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존에 ‘있던 것’을 잘 해내는 관점을 넘어서 ‘없던 것’을 만들어내고 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자기혁신과 실천력을 갖춘다면 새로운 사회복지를 열어가는데 신구의 젊은 영혼들이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