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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었다고 느낄 때 - 박지선 학우(치위생과 2)

등록일 2019년09월11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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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부모님, 그러니까 나한테 양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현재 모두 돌아가시고 안 계신다. 중학교 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일요일에 혼자 뵈러 갔었는데, 그 주 목요일 즈음에 돌아가셨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나실 줄 몰랐다. 엄마는 계속 우셨고, 아빠도 어쩔 줄을 몰라했다. 나 때문에 돌아가신 것 같았고, 이 상황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발인을 지켜보지 않았다. 시험을 핑계로 나와 버렸다. 그 사실이 조금 후회가 된다. 그 후로 친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신 지 지금으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슬프기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는 엄마와 아빠의 절망에 슬펐다. 어쩌면 이건 내 인생의 예고편 같았다. ‘나도 언젠가 나이를 먹으면 엄마 아빠와 영원한 이별을 해야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어른에 가까워졌다.

아빠. 이거 뭐야?”라고 수도 없이 물어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선아, 이거 어떻게 하는 거냐?”라는 말을 자주 듣는 요즘이다. 며칠 전, 컴퓨터 책상에 자주 앉지 않는 아빠가 세금을 계산하고 계셨다. 그런데 보안 프로그램을 어떻게 설치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또 하루는 엄마가 갑자기 구토를 하셨다. 위액만 토하는 게 아니라 속을 완전히 게워 내셨다. 그때가 오후 10시였다. 그래서 응급실에 같이 갈까?”라고 여쭤보았는데,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았다가 가자고 하셨다. 그런데 오후 11시쯤에 아빠도 구토를 하셨다. 아빠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 똑같은 답변이 날아왔다. 엄마의 증세가 더 심해져서 결국 12시경에 응급실로 향했다. 밤에 택시 타는 것도 처음이고, 응급실에 직접 가본 것도 처음이라 긴장했다. 다음날이 실습 나가는 날이었는데, 그날 밤은 꼴딱 새고 갔다. 나는 실습에 나가야 해서 동생이 다음 날 대장내시경 보호자로 갔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보니 나와 동생이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아빠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날이 오는구나’, ‘내가 성인이고 이제 어른이 다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은 중학교 근처로 걸어갈 일이 생겼다. 마침 등교 시간이었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학교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속에 내가 걸어가니, 마치 중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중학교 정문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스스로 즐거운 학교생활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는 학교 다닐 때가 좋았던 때다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어른들 말씀이 맞았다. 순간 내가 꼰대처럼 느껴졌지만 사실이었다. 후회되는 점은 친구들이 인사하면 같이 인사를 해야 하는데 항상 인사를 하지 않았다. 자신감이 없어서였을까. 이제는 왜 그랬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두 번째 후회되는 점은 불만을 쌓아두지 말고 그때그때 말을 해서 풀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점이다. 어렸을 때는 성인이 되기를 간절히 원했고, 나름 나의 상상 속 20살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어른이 되는 과정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어쨌든 아직 학교에 다니고 있다. 신구대, 마지막 학교는 즐겁게 후회하지 않게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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